[사설]안타까운 희생 부른 ‘독재 시대식’ 시위

  • 입력 2005년 12월 20일 03시 09분


코멘트
서울 여의도 농민 시위에 참가했다가 중상을 입었던 홍덕표 씨가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었다. 여의도 농민 시위의 두 번째 희생자다. 홍 씨의 직접적 사망 원인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있었던 경찰의 폭행 때문이라고 한다. 관련자 문책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점도 안타깝다.

시위자 희생의 원인을 따져 보면 위험한 폭력 시위를 기획하고 이끈 농민단체 지도부의 책임도 크다. 경찰은 불법 시위를 진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피해도 속출하고, 생명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 경찰에게 진압봉도 없이 쇠파이프와 돌멩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위대가 살상무기를 휘두르는 한 사고가 계속 날 수밖에 없다.

폭력 시위는 독재 시대의 유산이다. 민주화 시대가 된 지 십수 년이 지나도록 폭력 시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 단계이지만 의식과 문화는 여전히 독재 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독재 시대 이래의 폭력 시위에 둔감해져 같은 행태가 거듭돼도 법 집행이 엄격하지 않다. 홍콩 경찰이 원정 간 폭력 시위자 전원을 현장에서 연행한 것을 보더라도 국내의 시위에 관한 인식은 시위대 측이나 공권력 측이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농민단체는 20일부터 추모 집회를 열고 22일부터 사흘간 청와대 앞에서 철야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홍 씨의 죽음에 흥분한 참가자들이 과격해진다면 또 얼마나 많은 농민과 젊은 전경이 다칠지 걱정스럽다.

어려서 고아가 돼 소작농으로 2남 2녀를 키우던 근면한 농부가 폭력 시위의 혼란 속에서 죽음을 당했으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삼가 홍 씨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홍 씨는 잘못된 시위 문화의 희생자다. 그와 같은 안타까운 희생자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시위 문화를 바꿔야 한다. 경찰도 전경들이 자칫 과잉 진압에 나서지 않도록 교육과 훈련을 철저히 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