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줄기세포 가짜" 주장 파문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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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15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가짜라는 보도가 나와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다. 14일 오후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에 출근했던 황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을 감은 채 퇴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진실은…
15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가짜라는 보도가 나와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다. 14일 오후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에 출근했던 황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을 감은 채 퇴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이 올해 5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가짜라는 주장이 잇달아 나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황 교수팀의 다른 연구업적까지 진위를 의심받게 됐으며 한국 과학계의 국제적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이왕재(李旺載)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은 15일 본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황 교수팀이 배양에 성공했다고 보고한 배아줄기세포는 없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자라면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오늘을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로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학장은 황 교수팀 연구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서울대가 구성하고 있는 줄기세포 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거론돼온 인물이다.

황 교수와 공동연구를 해온 노성일(盧聖一)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도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가 만들었다고 주장한 11개의 배아줄기세포 가운데 9개는 가짜가 확실하며 나머지 2개의 진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성일 이사장

노 이사장은 “이런 사실을 미국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에게 확인했다”면서 “김 연구원은 황 교수와 강성근 교수가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황 교수와 문신용 교수, 제럴드 섀튼 교수와 합의해 사이언스 논문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의 일원인 안규리(安圭里)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날 본보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줄기세포가 몇 개 있는지 모른다”며 “섀튼 교수에게도 줄기세포가 있는지 물어봤으나 섀튼 교수도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역시 황 교수팀에 소속된 이병천(李柄千) 교수는 “(줄기세포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냉동 보관 중인 줄기세포를 꺼내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는 이날 오후 10시 ‘특집-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를 긴급 편성해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에 대한 검증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서울대는 MBC 보도와 관련해 16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필리핀을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황 교수 관련 보고를 받고 “좀 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AP와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황 교수팀 줄기세포 연구에 일부 조작이 있었고 황 교수 등 주요 저자들이 올 5월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을 철회하기로 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타전했다.

과학기술부는 이날 밤 정부과천청사에서 오명(吳明)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실국장 이상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이번 파문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확인 절차를 거쳐 16일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이진한 기자 의사 likeday@donga.com

"黃교수, 노성일 주장 말도 안된다…억울하다"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휩싸인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15일 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줄기세포가 조작됐다고 한 주장은 말도 안 된다. 억울하다”고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이날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을 찾아 온 고교 후배 장모 씨에게 “이번 연구에 버금가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짜 논란이 있는) 이번 연구도 3개월만 시간을 주면 똑같이 다시 입증해 보일 수 있다”며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고 장 씨는 전했다.

장 씨에 따르면 황 교수는 “노 이사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줄기세포 복제를 얼마든지 입증할 수 있다”며 “줄기세포가 없다고 하려면 (이를 제보했다는) 김선종(미국 체류 중) 연구원을 직접 데려와서 하라고 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16일 오전 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장 씨는 전했다.

노 이사장이 “배아줄기세포 11개 중 9개가 가짜”라고 한 데 대해 황 교수는 “그걸 알 수 있는 쪽은 배양 기술을 갖고 있는 미즈메디병원뿐”이라며 “나는 배아줄기세포 추출 기술을 갖고 있고, 미즈메디는 이를 배양하는 기술이 있어 함께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당초 미즈메디 소속이던 김 연구원이 내가 추출해 건넨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면서 사진을 갖고 왔다”고 설명했다.

장 씨는 “황 교수는 ‘당시 김 연구원이 교수직을 요구해 내가 직접 추천서까지 써 주며 미국 유학을 보내줬다’며 상당히 분개했다”고 전했다.

앞서 노 이사장이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 취소에 동의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황 교수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미즈메디 측이 제시한 사진 등을 토대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보냈고, 나중에 이 논문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해 논문 철회를 요구하자고 먼저 말을 꺼낸 것도 자신이었다는 것.

그러나 황 교수는 “노 이사장 등이 이를 말렸으며, 미즈메디는 최근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곳과 계약을 맺고 나와의 계약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고 장 씨는 전했다.

장 씨는 “황 교수는 비교적 건강하고 차분한 상태였으며 오히려 내게 ‘당황하지 마라. 담담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섀튼 “조사 끝날때까지 할말 없다”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논문 공동저자였다가 철회를 요구한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는 대학 당국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관련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제인 더필드 피츠버그대 대변인이 밝혔다. 더필드 대변인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건 모두 과학적 조사팀의 조사절차 대상”이라며 “그는 정말로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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