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정치적 중립 요구가 ‘색깔론’인가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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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암흑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내놓았다. 5공화국 시절 대학가에 나붙은 격문 같다. 그는 지휘권 발동 비판에 대해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와 인권을 뿌리째 부정하고 다시 암흑시대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암흑시대’라 함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했던 독재시대를 의미하는 듯하다.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 국민이 ‘지휘권 발동’에 반대했다. 그렇다면 다수 국민이 이 나라를 ‘암흑시대’로 되돌리려 한다는 것인가. 한마디로 천 장관은 말도 안 되는 시대착오적인 용어를 끄집어내 정상적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천 장관은 또 “낡아 빠진 색깔론을 동원해 저를 여론재판으로 몰아가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휘권 발동 논란의 본질에 대한 왜곡이고, 핵심 논지를 비켜 가려는 논법(論法)이다. 논란의 핵심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강정구 교수 구속 결정을 뒤집은 조치가 과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바람직한가, 그 반대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색깔론’ 운운하니 생뚱맞지 않은가.

정치권력이 개입한 일련의 과정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하는 견해를 색깔론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의 뒤집어씌우기다. 이 같은 행태는 멀쩡한 사람들을 용공분자로 몰았던 구시대의 색깔론과 그 방법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유전(有錢) 불구속, 무전(無錢) 구속’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하겠다거나 구속만능주의 관행을 극복하겠다는 말도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다. 공안사건에서 구속이 남발됐다는 천 장관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이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사문화돼 구속이 남발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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