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석희/유근이 같은 영재들 그냥 둘건가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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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덟 살짜리 천재 소년 송유근 군이 올해 고입검정고시와 고졸검정고시에 연이어 합격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방송이나 시청자들은 연일 이 천재 소년에 대한 신기한 스토리를 쏟아내고 있다. 인터넷에 개설된 송 군의 팬카페도 붐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아이를 제대로 키워 본인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대에 따라 전쟁의 양상은 달라지지만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무기다. 이 전쟁에 대비하고자 선진국들은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중 하나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소수 정예 최고급 두뇌를 양성하기 위한 영재교육의 확대다.

지난해 선진국들은 일제히 영재교육 대상자의 비율을 확대했다. 싱가포르는 1%에서 3%로, 이스라엘은 3%에서 5%로, 영국은 5%에서 10%로 확대했다. 미국은 20여 개 주에서 15%의 학생을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정했다. 영재들이 전문가와 한 팀을 이뤄 연구를 수행하는 교육 방법이 증가했고, 답안지를 혼자 작성해 제출하는 올림피아드 대회와 달리 의사소통 능력, 협동 능력, 아이디어 생성 능력, 비판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탐구토론대회, 창의적 산출물대회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영재교육 대상자 비율은 0.4%에 불과하다.

천연자원과 인구도 부족한 우리나라가 정보화, 세계화의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 능력으로 국가 사회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영재를 충분히 길러내는 것이다. 한국도 외견상으로는 그럴듯하다.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됐고 2008년까지 상위 5% 학생들에게 수월성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서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숫자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의 영재들이 정규수업을 할 때 연 1800시간의 영재교육을 받는다면, 우리나라의 영재들은 그 시간에 따분함을 견뎌 내며 앉아 있어야 한다. 그 대신 주말, 방과 후, 방학에 연 80∼100시간의 영재교육을 받는다. 이 때문에 영재교육 교사들은 이중적인 업무 부담을 피하려 하고, 정부는 정규수업 외 수당을 이중으로 지출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영재교육을 정규수업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현재 주로 초등학교 5학년생 이상에게 실시하는 영재교육의 대상을 더 어린 학생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조기 발굴 및 조기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또 수학, 과학 분야에 치우친 영재교육을 인문사회, 정보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사이버 영재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농어촌 및 산촌,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의 영재들을 지원해 줘야 한다. 영재들에게 봉사적 리더십을 키워 주는 프로그램도 연구 개발해야 한다. 이런 영재교육의 개선을 위해서 연구와 개발, 교사 연수가 선행돼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같이 영재들을 발굴하고 교육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여기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너무나 미약하다. 2005년과 2006년도 중앙정부 영재교육 예산은 3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영재교육을 전담하는 장학사나 연구사도 없다. 영재교육을 담당하는 장학사도 수시로 전보 발령을 받기 때문에 전문성 축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의 먼 미래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으며 ‘교육과 기술력’으로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인력과 예산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기엔 너무 역부족이다.

조석희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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