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秋병직 장관과 李강래 의원의 언론 모독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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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열린우리당 의원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의 질의 답변을 통해 ‘언론이 건설업체의 로비를 받아 부동산 정책을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몰고 갔다. 이 정권은 툭하면 언론 탓을 하지만 허무맹랑한 모함까지 당하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 의원은 ‘8·31 부동산 대책의 문제점에 대한 언론 보도가 건설업체 로비 때문’이라는 답변을 유도해 추 장관에게서 그런 답을 끌어 냈다. 야당 의원이 “건설업체가 신문에 로비한 사례가 있느냐”고 추궁하자 추 장관은 “사례를 적시하지 않겠지만 과거 경험에 의하면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 망언을 패러디하면 다음과 같은 주장도 가능하다. ‘사례를 적시하지 않겠지만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건교부 장관과 국회 건교위 소속 여당 의원이 업체로부터 뇌물을 먹을 수 있다.’

건설업체가 신문과 TV에 광고를 내는 것은 사실이다. 중견 건설업체까지 TV에 아파트 광고를 낸다. 정부와 공기업도 광고를 낸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 홍보를 위한 광고비로 37억 원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는 정부의 로비 덕분인가.

8·31대책에 포함된 서울 송파구 거여지구 신도시 건설에 대해서는 군(軍)과 환경부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다면 군과 환경부 역시 건설업체 로비 때문에 그러는가. 이 의원과 추 장관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해 보라.

8·31대책 수립 과정에 참여한 어느 책임 있는 공무원은 본보 논설위원에게 “대책 가운데 일부가 관계 부처 간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포함됐다”며 “이에 따른 문제점은 거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공무원도 건설업체 로비를 받은 것일까.

어떤 정책이라도 수요자인 국민의 점검을 받게 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 8·31대책에 대해서는 야당과 서울시는 물론이고 정부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문사는 건설업체 광고를 받기 때문에 침묵하란 말인가. 이 의원과 추 장관이 이런 물음들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못한다면 이들의 국정감사장 발언은 무책임하며, 이들은 ‘저질 의원, 저질 장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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