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소주(燒酒)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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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영혼을 적시는 달콤한 액체다. 번민을 덜고 잊는 데 알코올은 둘도 없는 친구다. 기쁨을 만끽하게 하고, 슬픔을 달래 주는 약이다. 그 술을 뜻하는 영어, 알코올의 어원이 아랍어의 ‘분말(粉末)’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알’은 관사, ‘코올’은 아랍 여자들의 눈썹을 그리는 화장먹. 그 화장먹 분말이 ‘가장 순수한 에센스’라는 의미로 전화(轉化)해 통하고, 마침내 액체의 에센스인 술도 알코올이 돼 버렸다.

▷알코올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도 술은, 분말의 에센스인 약에 가까운 것이었다. 동양에서 술은 ‘백약(百藥)의 장(長)’으로 통했다. 세상의 어떤 좋은 약보다 몸에 좋은 것이라는 의미다. 술이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까지도 약과 꼭 같다. 그래서 술은 ‘백독(百毒)의 장(長)’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생로병사(生老病死) 인생살이의 애환을 달래는 술은 이처럼 이중적이다.

▷우리 서민의 술은 역시 소주다. 막소주 한잔에 고단한 하루의 노고와 피곤을 적시어 씻어 넘긴다. 시인의 표현처럼 ‘마알간 소주 한잔’으로 오늘의 통증을 희석하지 않으면 내일을 또 어떻게 맞을 것인가. 값싼 소주가 건강에 가장 ‘덜 해로운 술’이라는 사실 또한 어떤 섭리일지 모른다. 일본의 경우 해마다 소주 소비가 폭증세다. 의사들의 권유 때문이라고 한다. 청주 위스키 맥주보다 소주가 건강에 덜 해롭다고.

▷소주세(稅)는 몇 년 사이 배 이상 올라 있다. 원래 출고가의 35%이던 세율이, 위스키를 더 팔려는 유럽연합(EU)의 압력에 72%로 올랐다. 위스키 세율은 100%이던 것을 72%로 내려 결국 소주와 위스키 세율이 같아졌다. 소주 마시는 서민들이 그만큼 호주머니를 털린 셈이다. 이번에 다시 소주세율을 90%로 올리는 문제로 정부와 여당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정작 세수(稅收) 증대를 노리면서도 짐짓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서”라고 말한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듯한 기만에 서민만 서럽다. 여당의 태도도 ‘말리는 시누이’ 같다. 방만한 재정부터 걸러야지, 소주세 인상만 말린다고 서민 편이 되겠는가.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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