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옹의 금메달을 국민의 품으로’

  • 입력 2005년 8월 12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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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선수의 금메달을 국민의 품으로!’

고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을 국민들이 언제나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서명운동에는 12일 오후 현재 1500여명이 참여했다.

서명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육영재단이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면 국가에 반납하고, 국가는 국립박물관 등에 전시하라”고 요구했다.

‘suseokmall’은 “손 옹의 금메달 가치는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로 볼 때 국보급 이상”이라며 “육영재단은 금메달을 잘 보관하고 있다면 온갖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mimicole’는 “육영재단은 보관상태가 엉망이어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공개를 미루는 것인가”라며 “전시관을 지어놓고도 공개하지 않은 채 13년째 방치해둔 재단에게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11월15일 타계한 손기정 선수의 유언은 “내가 죽거든 금메달과 마라톤 기념품을 반드시 한 곳에 모아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게 해 달라”는 것.

하지만 손 선수의 유언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고향 출신 스포츠 스타의 기념관을 세우고 메달 등 기념품을 보관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추세. 하지만 북한 신의주가 고향인 손 선수에게는 불가능한 일.

이에 따라 손 선수와 관련한 해외신문, 잡지 등 역사적인 자료는 유족들이 중심이 된 ‘손기정 기념재단’에서, 금메달과 월계관 등은 ‘육영재단’에서 기증받아 미공개 보관 중이다.

유족 측에 따르면 손 선수는 1979년 5월 박정희 대통령의 “손기정 기념관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기념품 200여점을 기증했고 이는 곧바로 육영재단에 맡겨졌다.

한편 ‘손 선수의 금메달을 육영재단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손기정 기념재단과 육영재단이 갈등을 빚고 있다.

손기정 기념재단은 “금메달과 월계관, 기념자료 등을 모두 한 곳에 보관 전시할 수 있도록 국가나 지자체가 중심이 된 제3의 기념관을 건립하자”고 주장했다.

손기정 기념재단 사무총장 이준승 씨는 “금메달의 민족사적 의미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며 “육영재단은 당장 보관상태 그대로 금메달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금메달은 전문기관에서 의뢰해 진품감정을 받은 뒤 국민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별도의 기념관에 전시했으면 좋겠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기념관을 짓겠다면 우리가 가진 모든 자료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육영재단 관계자는 “육영재단 내에 손기정 기념관이 이미 있는데 무슨 기념관을 또 만들자는 것인가. 그들의 주장에는 대꾸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사람의 관람도 중요하지만 메달의 안전도 중요하다”면서 “공개를 위해 방탄유리와 위치인식감지카메라, 온도습도조절장비 등이 필요하지만 수천만 원의 예산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비가 마련되는 대로 체육관계자들을 초청해 공식적인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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