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택균]이유식 농약시비, 신뢰잃은 소비자단체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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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비자단체가 ‘시중에 유통 중인 유기농 이유식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주장해 보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연약한 아기에게 먹이는 이유식에 농약이라니? 포털사이트마다 이 업체를 공격하는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관련 업체의 주가도 폭락했다.

그러나 이 단체가 내놓은 자료와 주장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19일 보도 자료에는 문제의 농약 성분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허용 섭취량 단위’와 조사에서 나온 ‘검출량의 단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설명이 빠져 있었다.

소비자단체가 I사 유기농 이유식에 포함됐다고 밝힌 ‘다이아지논’ 검출량은 제품 내용물 1kg에 0.02mg이었다. 이 물질의 WHO 하루 허용 섭취량은 몸무게 1kg에 0.002mg. 의미하는 바가 전혀 다른 이 두 수치에 모두 mg/kg이라는 단위가 붙어 있어 누구라도 ‘검출량이 허용 섭취량의 10배’라는 오해를 하게 된다.

기자가 이 수치에 대해 문의를 하자 이 단체의 담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단위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농약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러나 간단한 계산을 해보면 이번 검출량은 WHO 허용 섭취량의 26.8%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하루 150g의 이유식을 먹는 아기는 다이아지논 0.003mg을 섭취하게 된다. 이는 평균 몸무게 5.6kg인 영유아의 허용 섭취량 0.0112mg에 미치지 못한다. WHO 허용 섭취량은 ‘평생 이 분량을 먹어도 건강에 지장이 없다’는 의미이다.

이 담당자는 “성인 기준을 면역력이 약한 아기에게 적용해도 되는 거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허용 섭취량은 몸무게에 따라 달라지므로 나이를 감안한 기준이다.

이 단체는 1989년 6월 “미국산 그레이프프루트(자몽)에서 농약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가 미국 측의 반박이 나오자 “검사 결과를 잘못 해석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불안은 끝내 걷히지 않아 선풍적이던 그레이프프루트의 인기는 크게 수그러들었다.

소비자단체의 시장 감시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진정 ‘소비자를 위한’ 시민단체라면 시장과 소비자에게서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할 것이다. 경험에서 배우는 것은 소비자단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손택균 교육생활부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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