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찬희]동네가게마저 통제하려 하나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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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영업 대책을 내놓았다. 꽤 좋은 내용들도 있다. 특히 정보 제공과 경영 지원을 정책 수단으로 삼은 점이나 업종별로 세분된 접근을 위해 노력한 점이 그렇다. 과거의 선심성 지원책에 비하면 훌륭하다.

하지만 경제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발상에 담겨 있는 시장과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오만함에 심란하다. 문제를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시장경쟁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다. 자영업의 문제가 공급 과잉인가, 차별화되지 못한 경영에 있는가의 논의는 접어 두더라도, 신규 진입을 막아 자영업을 살리겠다는 생각은 한 사람 문 닫게 (혹은 못 열게) 해서 다른 사람 살게 하는 엄청난 일을 정부와 몇몇 ‘전문가들’의 손으로 하겠다는 발상을 담고 있다. 더구나 창업 적성 검사를 해서 ‘바람직하게’ 유도하겠다는 것은 창업 지원자를 경시하는 ‘인사관리’적인 발상이다.

둘째, 이런 인위적 시장조정을 시험과 자격증을 통해서 하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제과점과 세탁소에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미용업 자격증은 세분한다는데, 전문 제빵사와 세탁기사의 수준 높은 서비스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결국 고객이 하는 것이지 정부나 시험관이 하는 것은 아니다.

자격증으로 진입을 제한해서 경영을 안정시킨다는 말은 실은 소비자와 다른 사업자의 이득을 시험 잘 쳐서 자격증 따는 사람에게 나눠 준다는 말과 같다. 시험을 통한 자격 부여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시장에 대한 품질 인증이어야 한다. 일급 제빵사가 일하는 빵집을 더 믿고 가고 싶어져야 하는 것이지, 시험을 봐야 빵집을 한다면 웃기는 얘기다. 사는 것이 힘들고 바빠서 시험 보기 힘들다면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법관도 공무원도 시험으로만 뽑아서 문제라며 고시제도를 바꾸려는데 난데없이 무슨 소리인가?

셋째는 정책의 실효성이다. 정부는 자격증과 함께 교육을 실시하고, 컨설팅 체제를 구축해서 선별지원을 하고 전환과 퇴출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전문성은 경쟁 속에서 더 잘하려는 고민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결정과 책임은 사업하는 사람의 몫이다. 전문가 그룹이 사업 타당성을 충분히 논의하기 이전에 컨설팅은 ‘필요할 때 한번 듣고 참고하는 것’이지, 선별지원과 퇴출에 쓰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여기에 쓰는 ‘국민의 돈’은 시장의 기능을 벗어나 정부와 주변 ‘전문가’의 손에서 움직인다. 중소기업청과 ‘지역컨설팅 본부’가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해라, 하지 마라’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번 대책이 일부 교육업자와 컨설팅 업자, 프랜차이즈 업자, 자격증 시행자들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 벤처 인증과 지원의 잘못된 기억을 벌써 잊었는지 궁금하다.

경제활동 인구의 30% 이상을 떠안고 있는 자영업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영세 자영업은 세금을 상대적으로 덜 부담해 직장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많은 직장인의 삶의 대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은 정책들도 있는데 싸잡아서 매도되는 것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의 잘못은 추진 과정에서 바로잡을 수도 있지만 그 잘못에 숨은 시장과 사업에 대한 오만이 더 걱정스럽다.

정부의 지원은 정보 제공과 시장여건 조성에 그치고 최종 판단은 물건 사고 돈 빌려주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정부가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 않는 것도 나라와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방안 중 하나다.

박찬희 중앙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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