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허진석]‘소보원 관할다툼’ 누굴 위한 건가

  • 입력 2005년 5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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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는 해묵은 갈등이 하나 있다.

재경부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보호원을 누가 관할하느냐 하는 문제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마찰이 심해져 지금까지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공세에 나선 공정위는 소비자보호국을 만든 10년 전부터 소보원에 ‘눈독’을 들여왔다. 공정위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가 ‘소비자 후생 증대’라는 점을 내세운다. 이미 공정위 안에 소비자 보호 관련 업무를 하는 인원이 70여 명이나 된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반면 재경부는 소비자 관련 업무의 복합성을 강조한다. 농림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여러 부처와 관련돼 있고 물가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아 당연히 ‘경제부총리 부처’인 재경부가 맡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공정위가 다른 부처와 효율적인 업무 조율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한다.

두 기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사석에서는 상대에 대한 ‘험한 말’이 오가기도 한다. 재경부와 공정위의 공방이 길어지면서 최근에는 정치권 일각에서 아예 국무총리실 산하로 두자는 방안도 나왔다. 소보원의 정책과 집행 기능을 나눠서 관할하는 안까지 만들어졌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까지 논란에 참여했다. 기업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지닌 공정위가 소보원까지 관할하면 기업 활동이 더 위축되고 공정위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재경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여기에는 공정위에 대한 재계의 뿌리 깊은 피해 의식도 깔려 있다.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모두 일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도 실제로는 ‘밥그릇 싸움’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실제로 두 기관이 정작 소비자를 위해 소보원이나 다른 소비자단체의 운동을 어떤 식으로 개선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두 기관이 지루하게 관할권 싸움을 벌여왔지만 정작 중요한 소비자 보호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공정위와 재경부는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이 털어놓는 이런 불신에 대해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허진석 경제부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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