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운전면허가 그렇게도 필요하셨나요?”
“그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지붕 수리 일을 해 왔어요. 주행시험도 통과해 면허증을 쥐면 작은 차를 사서 전국을 다니며 일할 생각입니다. 5년 동안 시험 준비하느라고 돈을 많이 쓰고 시간도 많이 빼앗겼으니까 더 열심히 벌어야죠.”
어떤 시험이든 합격하면 기분이 좋기 마련이다. 서 씨는 기쁨과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광고문안도 있지만 그는 ‘늙음’이 아닌 ‘젊음’을 느끼게 한다.
2년 전 신용불량자에 관한 본보의 심층보도에 등장했던 P 씨는 카드로 명품을 마구 사들이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20대 청년이다. 그는 돈이 있어도 빚을 갚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갚을 이유가 없다. 세금 안 내고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문제를 과거 탓, 사회 탓으로 돌리는 일부 운동권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의 고령화 추세보다도 병든 의식의 확산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생산적 노동은 해 본 적도 없으면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흠집 내는 일에는 앞장서는 부류가 대표적이다. 중소 하청업체 근로자의 저임금과 청년실업의 희생 위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일부 노동운동가도 마찬가지다. 이런 그룹은 분배와 복지에 세금을 더 써야 한다는 주장에도 열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재정이 더 부실해지고 결국 경제와 민생이 멍들 수밖에 없다.
20년 뒤면 한국은 초(超)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된다는 의미다. 이들을 부양해야 할 세대는 지금의 10대와 20대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인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18만 명에 달한다. 2015년이면 85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년층이 ‘기댈 곳은 없고, 젊은 세대를 더 돌봐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
‘내 생계는 내가 책임진다’는 자립정신이 더욱 필요해질 것 같다. 다행히 지식정보사회에선 근력(筋力)이 아니라 지혜와 경험이 더 큰 자산이 된다고 하니 노인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여지는 커질 수 있다. 그러니 정부의 고령화 대책도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복지병(福祉病)도 피할 수 있다. 복지국가의 실패는 국민의 자립과 자활의지를 퇴화시킨 데 큰 원인이 있다.
서 씨는 “사람은 자기 노력으로 살아갈 때 사람값을 하는 법”이라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국가나 자녀의 도움 없이 내 힘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늙고 병든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인생관이다.
시장경제와 복지국가의 결합은 자립정신을 전제로 한 복지와 분배대책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
임규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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