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청문회 확대, 정권 면피용 안된다

  • 입력 2005년 3월 2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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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처제의 부동산 투기 개입과 아들의 취직 청탁 의혹으로 물러나자 청와대는 “국무위원 전원을 상대로 국회 인사 청문회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사검증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정원장 경찰청장 검찰총장 국세청장만 하도록 돼 있는 인사 청문회의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인사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시스템 인사’를 한다며 청와대에 인사수석비서관까지 두었지만 올해 들어 벌써 4명의 장관급 인사가 낙마했다. 도덕성 시비가 일면 해명하고, 의혹이 가라앉지 않으면 사의(辭意)를 밝히고, 청와대는 고심하다가 수리하는 과정이 반복되니,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그렇더라도 인사 청문회 확대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 의도는 좋을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청문회가 있었지만 제대로 걸러진 적은 드물다. 정쟁(政爭)으로 흐르거나, ‘봐주기식 청문회’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었다.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국회까지 끌어들여 하는지도 의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공직 후보자라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발가벗길 수 있는 막강한 인적, 물적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게 정부다. 정부가 제 할 일은 못하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니까 인사검증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려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차제에 좀 더 근본적인 인사 실패의 원인에 대해 성찰해 봐야 한다. 집권세력이 과거 청산이라는 명분에 매여 인재들의 덕목보다는 흠을 더 따지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한 것이 정권에 부메랑이 된 측면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드 인사’로 많은 적임자들이 인재 풀에서 제외돼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이 결국 인사 난맥상으로 이어진 것 아닌가.

흠결 있는 당사자들을 두둔할 일은 아니다. 잘못된 인사는 언제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과거 들추기’ 때문에 유능한 공직자들이 일할 토양마저 없애는 것은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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