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없는 국민 울리는 ‘아우성 不敗’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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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큰 이익집단이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함으로써 말없는 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보고서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냈다. 정부가 아우성치는 쪽에 휘둘린다는 ‘고성불패(高聲不敗)’라는 신조어까지 소개됐다.

대표적 사례가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 제한과 도서정가제다. 재래시장, 중소서적상 보호라는 명분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도입하는 바람에 더 많은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전체 사회에도 손실을 끼쳤다는 게 KDI의 지적이다.

이익집단은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소수이면서도 큰소리를 내는 게 가능하다. 반면 이들의 이해(利害)에 영향을 받는 쪽은 불특정 다수여서 효과적으로 의견을 모으기 힘들다. 시민단체는 이익집단 못지않게 정치화되어 시민의 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여론을 전하는 신문들은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공격받기 일쑤다. 이 때문에 대다수 국민은 어쩔 수 없는 침묵 속에 불만과 분노를 삭이는 실정이다.

정책이 목소리 크기에 좌우되는 사회는 무법천지나 다름없다. 법과 제도가 그만큼 무력하다는 의미다. 더 나가면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근 목소리를 높여온 집단이 과거 ‘사회적 약자’였다는 이유로 정부가 지나치게 관대한 정책을 펴온 탓도 크다. 대화와 타협도 좋지만, 목소리만 높이면 법과 제도에 어긋나더라도 타협의 떡을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은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나친 정부 규제를 철폐하는 일이다. 시장에 맡겨야 할 일까지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유비쿼터스 핸드’로 인해 오히려 경쟁이 불공정해지고 전체 국민이 지불하는 비용도 커진다. 큰 목소리가 아니라 옳은 목소리가 통하는 사회라야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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