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000원 붕괴를 일회성 ‘해프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올해 안에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민간전문가들의 예측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인한 달러화 약세,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누적,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 등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 자리 환율시대로 접어들 경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수출이다. 한국무역협회가 73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가 1000원 아래에서는 수출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싼 가격 하나로 버텨온 한계 중소기업들은 무더기로 문을 닫을 우려도 크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투기 차단과 속도 조절 이외의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따라서 모든 경제주체는 세 자리 환율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수출기업들은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품질을 높여 가격경쟁력 하락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내 투자와 소비를 살리는 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내수(內需)가 살아나고 수입이 늘어나면 달러화 공급 초과현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외국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내자본 육성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자본이 대규모로 들락거릴 때마다 주식과 외환시장이 동시에 요동치는 후진(後進) 금융현실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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