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 자리 환율시대 대비 서둘러야

  • 입력 2005년 2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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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장중(場中) 한때 998.1원까지 떨어졌다. 1000원 선이 무너진 것은 1997년 11월 이후 7년 3개월 만이다. 외환보유액 투자를 다변화하겠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시장에서 달러 매각 방침으로 잘못 해석돼 빚어진 ‘해프닝’이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1000원 붕괴를 일회성 ‘해프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올해 안에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민간전문가들의 예측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인한 달러화 약세,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누적,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 등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 자리 환율시대로 접어들 경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수출이다. 한국무역협회가 73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가 1000원 아래에서는 수출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싼 가격 하나로 버텨온 한계 중소기업들은 무더기로 문을 닫을 우려도 크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투기 차단과 속도 조절 이외의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따라서 모든 경제주체는 세 자리 환율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수출기업들은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품질을 높여 가격경쟁력 하락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내 투자와 소비를 살리는 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내수(內需)가 살아나고 수입이 늘어나면 달러화 공급 초과현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의 외국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내자본 육성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자본이 대규모로 들락거릴 때마다 주식과 외환시장이 동시에 요동치는 후진(後進) 금융현실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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