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905년 경부선 철도 개통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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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인 1905년 1월 1일 경부선이 개통됐다. 서울 서대문을 출발한 열차는 30시간 뒤 부산 초량에 닿았다. 말을 타고 며칠 만에 닿던 서울∼부산이 하룻밤 자고 나면 도착하게 된 것이다.

철도는 일본이 기획한 조선 침략정책의 핵심이었다.

1904년 5월 일본 정부가 작성한 ‘대한 시설 강령’에는 ‘(조선의) 교통기관을 장악할 것’, ‘철도사업은 조선 경영의 골자’라는 내용과 함께 철도 부설 계획이 상세히 담겨 있다.

경부선에 이어 △1906년 경의선 △1914년 호남선과 경원선 △1929년 충북선 △1931년 장항선 △1936년 전라선 △1939년 경춘선 △1942년 중앙선 등이 차례로 개통됐다.

일본은 광복 이전까지 약 6000km에 이르는 국내 철도 노선을 장악했다.

이들 철도는 조선의 쌀과 자원, 사람을 일본으로 빼내가는 통로였다. 사실상 일본의 군사시설이었던 조선의 철도는 근대화나 진보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수탈’의 상징이었다.

1908년 경의선과 경부선을 따라 부산∼신의주 구간을 달리는 직통 급행열차 융희호(隆熙號)가 운행을 시작했다. 1911년 11월 압록강 철교가 개통되고 철로가 중국 대륙의 철도와 이어지면서 융희호는 중국 창춘(長春)까지 연장 운행됐다. 이는 일본과 만주를 잇는 병참로로 철도를 활용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융희호 운행 시간은 관부연락선(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잇는 연락선)의 발착 시간에 맞춰 편성됐다.

1933년 부산∼선양(瀋陽), 1939년 부산∼베이징(北京) 간 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경부선과 이어지는 철도는 ‘국제선’이었다. 일본은 조선을 식민 지배와 대륙으로의 팽창을 위한 ‘동북아 물류 허브’로 삼은 셈이다.

지금은 분단으로 인해 철길로 신의주나 중국까지 갈 수는 없다. 날마다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여객 열차 630여 회와 화물 열차 430여 회가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다.

2005년 1월 1일 0시 20분 올해 첫 번째 열차가 서울과 대전에서 동시에 출발했다. 새해를 맞아 밝고 활기찬 한국의 희망을 실은 열차가 또 1년간 전국의 철로를 누비길 기대한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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