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일 규명’ 정치적 악용 경계한다

  • 입력 2004년 12월 30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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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하 반(反)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3월 공포된 법안과 비교하면 조사 대상과 기간을 크게 늘리고 동행명령제를 도입해 훨씬 강력해진 내용이다. 1904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친일 행위를 역사적으로 정리하자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개정안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개정안 통과로 역사학계에 맡겨져야 할 역사 규명 작업이 결국 11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로 인해 조사결과가 역사적 교훈을 얻는 선에 머물지 않고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과 후손에 대한 사실상의 연좌제, 사회적 분열 초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안에 따라 조사 대상은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4년여에 걸쳐 광범위한 조사가 전국을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갈 것이다. 위원회가 조사한 친일행위가 공개되면 결과적으로 후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안기는 ‘연좌제 악몽’이 되살아날 개연성이 높다. 친일행위자들이 대부분 사망한 까닭에 부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섣불리 결론을 내리게 되면 당사자나 후손들은 어디 하소연할 길조차 없을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상에는 지도급 인사 가족에 대한 ‘친일 경력’ 비방 등 악의적 흑색선전이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법안이 안고 있는 파괴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어떻게 악용될지, 사회적 분열과 대립을 얼마나 확대재생산할지 지금으로서는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다.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 편향적 시각을 지닌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람들로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위원회 활동은 극도로 신중하고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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