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잡습니다’로 본 2004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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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왕 중 왕’ 기사는 취재기자의 원고 가운데 중요한 한 대목이 제작 과정에서 빠져 독자에게 혼란을 준 사례. ‘노무현 대통령 총선 개입’ 보도는 기자가 두 차례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확인한 뒤 보도한 기사였으나 노 대통령의 반론보도 요청을 받아들여 게재했다.
‘변리사 왕 중 왕’ 기사는 취재기자의 원고 가운데 중요한 한 대목이 제작 과정에서 빠져 독자에게 혼란을 준 사례. ‘노무현 대통령 총선 개입’ 보도는 기자가 두 차례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확인한 뒤 보도한 기사였으나 노 대통령의 반론보도 요청을 받아들여 게재했다.
《올해 1년 동안 본보의 지면에 적지 않은 오류가 있었다.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 경우가 없지 않았고 문장이나 제목에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해 기사에 등장한 당사자들에게 뜻하지 않게 누를 끼치기도 했다. 어처구니없는 단순 실수도 곳곳에 있었다. 올 한 해 본보에는 총 96건의 ‘바로잡습니다’(정정보도 하는 난)와 17건의 ‘반론보도문’이 실렸다. 앞으로 보도에 좀 더 신중을 기하겠다는 자성의 의미에서 한 해 동안의 오류와 실수를 되돌아본다.》

▼정정 및 반론보도▼

8월 12일자 A6면 ‘중국발 오염 팔장낀 환경부’라는 제목의 기자칼럼에서 본보는 환경부가 중국발 오염물질의 월경에 대한 대비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수 년 전부터 다양한 채널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반박했고 이에 본보는 9월 13일자에 환경부 이재현(李載鉉) 대기정책과장의 기고를 보도함으로써 반론을 게재했다.

반론보도는 기사가 명확히 잘못돼 이를 바로잡는 정정보도와는 달리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기사 당사자들의 반대주장을 싣는 것을 말한다.

9월 3일자 반론은 청구인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었다. 본보는 2월 13일자 A1면 ‘노 대통령, 또 총선개입논란’, A5면 ‘총선 올인…국정 맡길 사람이 없다’ 등 총선 관련 기사를 실었다. 당시 기사는 △노 대통령이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 등에게 총선 출마를 사실상 권유했으며 △총선 출마에 따른 빈자리를 채울 후임자를 찾지 못해 인사가 미뤄지자 가급적 기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들을 대거 요직에 발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취재기자가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직접 확인했고 이후 다른 관계자에게도 거듭 확인한 사안.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민정수석 등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한 사실이 없고, 사퇴한 자리를 메우는 후속인사에 후임자를 찾지 못해 인사를 미룬 사실이 없으며, 대통령직인수위 출신들을 대거 요직에 발탁한 사실도 없다”고 밝혀왔다. 본보는 반론의 기회를 충분히 준다는 취지에서 이를 반론보도 형태로 게재했다.

10월 4일자 B3면에 실린 ‘변리사 왕 중 왕’ 기사는 세심하지 못한 신문 제작과정 탓에 기사의 중요한 부분이 빠져 오류가 빚어진 경우다.

당시 본보는 변리사 변호사 등 주요 전문직 종사자들의 연평균 수입(매출)을 전하는 과정에서 변호사 평균수입을 3억3700만 원으로 보도했다. 이는 1인당 수입액이 아니라 ‘1사업자(법인)당 수입액’이었으나 기사 분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이 설명이 빠져버렸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업자 단위로 산출된 변호사 수입을 1명당 수입으로 환산하면 1억5800만 원”이라고 알려왔고 본보는 이를 11월 15일자에 반론보도 형태로 게재했다.

▼사실관계 확인부족에 의한 오류▼

11월 24일자 A3면 ‘노무현 정부 낙하산 인사 실태’ 기사에 딸린 표에서 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이사 차정인(車正仁) 씨를 ‘16대 총선 민주당 후보’로 잘못 적은 것은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대표적인 경우다.

차 이사는 ‘경남 창원 을에 출마한 변호사 차정인 씨’가 아니라 ‘민주당 서울 종로지구당 사무국장 출신 차정인 씨’로 동명이인이었다. 인명정보를 잘못 확인해 빚어진 오류로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한자까지 같았다.

보도자료를 낸 쪽의 실수로 불가피하게 기사가 잘못 나간 경우도 있었다.

10월 6일자 A8면 ‘돈도 자리도 친여 민예총으로’ 기사 중 문예진흥원 사무국장으로 보도된 김창완(金昌完) 씨는 사무국장이 아닌 이사였다. 당시 본보는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의 보도자료를 인용했으나 심 의원 측이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 8월 14일자 B1면 ‘그 도시엔 카프카 카사노바 향기가 난다’ 기사 중 1924년인 카프카의 사망연도가 1925년으로 잘못 보도됐다. 본보는 기사에 소개된 책 ‘카프카의 프라하’에 있는 연보에 따라 기사를 작성했으나 1925년은 사망 연도가 아니라 유고작이 출간된 해로 확인됐다.

복잡한 내용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잘못 전달한 경우도 있었다.

10월 9일자 A30면 ‘민주화 유공자 허위사실 기재 유시민(柳時敏) 의원 불구속 기소’ 기사가 대표적 사례. 본보는 “유 의원은 4월 17대 총선 당시 선거용 인쇄물에 ‘1984년의 서울대 프락치 사건과 관련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아 명예회복을 했다’는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유 의원 본인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고 인쇄물에 기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본보는 “유 의원은 총선 당시 선거용 인쇄물에 ‘서울대 프락치 사건과 관련해 다른 관련자들이 민주화 유공자로 명예회복을 한 사건’이라고 허위 사실을 기재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로 정정했다.


잘못 보도된 차정인 씨는 한자까지 같은 동명이인이었고(위의 표), 심재철 의원 측의 실수로 문예진흥원 사무국장으로 잘못 보도된 김창완 씨는 문예진흥원 이사였다.

▼단순 실수로 인한 오류▼

‘민주사회를 위반 변호사모임’과 ‘명당성당’으로 표기를 잘못했던 당시 보도.

3월 17일자 A10면 ‘民辯, 탄핵철회 결의문 채택’ 기사에서는 민변의 정식 이름을 ‘민주사회를 위반 변호사 모임’으로 잘못 쓰는 실수가 있었다. ‘위한’을 ‘위반’으로 잘못 쓴 것.

6월 4일자 A2면 ‘국민연금, 확 뜯어고쳐야 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과의 현격한 차이를 조장하는 등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적극 나서야’라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차이를 조장하는’은 ‘차이를 조정하는’의 오기였다.

두 기사 모두 글자 한 자가 틀리는 바람에 의미가 잘못 전달된 사례다.

8월 24일자 A10면 ‘권력에 짓밟힌 소록도의 땀과 꿈’ 기사에서는 삼천포 앞바다의 ‘비토(飛兎)섬’이 ‘빅토리 섬’으로 잘못 표기됐다.

11월 2일자 A8면 ‘국회 파행 사태 총리가 풀어야’ 기사에서는 이름이 비슷한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만난 대목을 설명하던 중 본보는 ‘이해찬 국무총리’를 ‘이해찬 전 국무총리’로 잘못 썼다. 또 11월 10일자 A25면 ‘명복을 빕니다’ 기사 제목에서는 ‘명동성당’을 ‘명당성당’으로 잘못 쓰기도 했다.

오류라고 보긴 어렵지만 해당 기관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경우도 있었다.

본보는 10월 28일자 A2면에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에 이용훈(李容勳) 전 대법관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이재정(李在禎) 전 민주당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민주평통 측은 본보에 공문을 보내 “민주평통이 헌법에 규정된 기구이고 수석부의장은 부총리 예우를 받는다”며 “그런데도 동아일보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장관급인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의 다음 순서로 기사화한 것은 바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제로 디펙트’ 운동등 효과…기사오류 작년比40% 줄어▼

올 한 해 동안 본보는 기사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이 결과 26일까지 본보에 실린 ‘바로잡습니다’는 96건으로 지난해 1년간의 159건에 비해 약 40%가 줄었다.

본보는 올해 초부터 신문의 결점을 완전히 없애자는 취지에서 ‘제로 디펙트(ZD·Zero Defects)’ 운동을 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면별 품질 책임자 제도’와 ‘정확도 점검 시스템(AMS·Accuracy Monitoring System)’ 등을 도입했다.

지면별 품질 책임자 제도는 오후 6시 반경 초판 신문이 나오면 각 부서의 야근담당 데스크로 하여금 책임지고 지면의 오류를 찾아내 고치도록 하는 것. 각 가정에 배달되는 신문에는 가능한 한 오류가 없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AMS는 기사에 인용된 내용이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제도를 말한다. 편집국장이 기사에 이름이 등장하는 당사자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말이 정확하게 반영됐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164명(응답자는 157명)에게 확인한 결과 ‘정확했다’와 ‘비교적 정확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121명(약 77%)이었고 불만을 표시한 경우는 36명이었다. 인용 당사자들의 불만은 곧바로 취재기자에게 전해져 지면에 반영됐다.

이 밖에 본보는 신문 제작 전 오류를 찾아 고치는 어문연구팀 외에 신문 제작 후 오류나 표현의 잘못을 찾아내 각 부서에 고치도록 알려주는 심의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자체 심의기능인 셈이다.

본보는 또 올바르고 통일된 기사 표기를 위해 1년 3개월여 동안의 작업을 거쳐 11월 자체적으로 ‘스타일북’을 만들어 신문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오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오류가 발생했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본보는 좀 더 정확한 신문을 만들기 위해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오류를 줄이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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