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47년 트랜지스터 발명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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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12월 23일 오후 미국 뉴저지의 벨연구소. 3명의 과학자가 연구소 사람들을 모아놓고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개했다. 게르마늄 조각으로 만든 손톱만한 부품에 가는 도체 선을 접촉시키면 전기 신호가 증폭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트랜지스터의 탄생이었다.

전화회사인 벨연구소는 당초 여성 교환원을 두고 통화 서비스를 했는데 인건비가 자꾸 오르자 자동식 교환기를 도입했다. 그러나 주요 부품인 진공관은 고장이 잦았고 폭증하는 통화량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었다. 진공관을 대체할 새로운 부품이 절실하던 터였다.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월터 브래튼 등 세 사람은 트랜지스터 발명으로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발표 당일 축하를 받으며 쇼클리는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아이디어를 내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 다시 연구에 몰두했고 얼마 후 상업적으로 더 가능성이 높은 양극형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벨연구소를 나와 캘리포니아로 옮겨간 쇼클리는 1955년 쇼클리반도체연구소를 설립한다. 그의 명성 덕분에 최고의 과학자들을 고용할 수 있었지만 경영 실적은 별로였다. 2년 후 연구원 8명이 회사를 떠나 페어차일드반도체를 설립한다.

그중 한 명인 고든 무어는 나중에 인텔을 세워 반도체 신화의 꽃을 피운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자인 쇼클리는 실리콘밸리의 시조(始祖)인 셈이다.

진공관의 22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트랜지스터. 크기는 작지만 전자산업에서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기판에 모아놓은 집적회로(IC)가 개발되면서 전자제품은 작아졌고, 가벼워졌고, 똑똑해졌다. 최근에는 하나의 칩에 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를 넣는 것도 가능해졌다.

트랜지스터를 상업적으로 처음 사용한 것은 일본이었다. 1955년 소니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내놓은 것이다. 1960, 70년대에는 ‘트랜지스터’하면 바로 라디오를 떠올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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