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思想戰’ 확대는 해법 될 수 없다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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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 가입 사건이 여야 사상전(思想戰)으로 확대되는 듯한 양상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를 한나라당에 의한 ‘신(新)공안정국 획책 음모’라며 정면 대응을 선언했고, 한나라당은 이에 맞서 국정조사 추진과 함께 다른 운동권 출신 여당 의원들의 전력까지도 문제 삼겠다고 나섰다. 이대로 가면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에 또 한바탕 이념논쟁의 광풍(狂風)이 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여야 모두 사안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이 의원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을 해소하는 데 있다. 이미 실형을 살았고, 사면 복권돼 유권자의 심판까지 받았다고 하나 의혹이 제기된 이상 풀고 가는 것이 옳다. 그가 국정을 다루는 집권 여당의 의원이기에 이 정도는 결코 가혹하다고 할 수 없다. 규명작업에 앞서 이 의원이 양심고백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국민은 그가 어떤 경위로 마음을 바꿨는지 직접 듣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은 이를 ‘민주화세력 대 공안세력의 대결’로 규정하고 “과거 국가보안법 악용 사례까지 전부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이부영 의장은 심지어 “이참에 독재에 빌붙어 출세한 사람들의 재산 형성과정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한나라당도 질세라 “다른 의원들의 전력도 모조리 까발리겠다”고 맞고함을 친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TV로 중계되는 청문회를 갖자고 한다. 한나라당 측의 주장만 들으면 집권 여당이 마치 전향 여부가 불분명한 ‘좌파들의 소굴’인 것처럼 비칠 정도다.

불행했던 1980년대가 이런 식으로 정쟁(政爭)의 도구가 되는 것은 유감스럽다. 민주화세력이건 공안세력이건 사상전에 몰두해도 좋을 만큼 과거 한때의 일탈(逸脫)로부터 자유로운지도 의문이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임시국회가 공전돼 예산안이 논의조차 못되고 있다. 논란을 확대시켜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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