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자주 바꾸면 후회도 잦은데…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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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법 사상 최장기 복역수였던 재일교포 김희로 씨. 민족차별에 격분해 야쿠자 2명을 살해했던 그가 칠순을 넘긴 1999년 31년 만에 석방돼 자신이 인질극을 벌였던 시즈오카현 혼카와네의 후지미야 온천여관을 다시 찾았을 때다.

김 씨는 기억도 아스라한 여관이 예전 모습 그대로인데다 당시 놓고 간 시계를 여주인이 여태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가업을 잇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일본 프로야구가 야구의 원산지인 미국 메이저리그에 비해서도 훨씬 제도의 변화가 적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일 이사회에서 각종 규약과 요강을 대거 갈아 치웠다. 특기할 만한 것만 꼽아도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예전에 시행했던 제도로 복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승률제, 126경기, 연장전 규정이 그렇고 2차 지명일이 8월 말로 늦춰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시 옛 제도로 돌아왔다면 애초에 바꾼 게 잘못이었음을 시인한 셈.

물론 국내 프로야구는 짧은 역사와 엷은 선수층, 낙후된 구장 등 여러 취약한 기반 때문에 잦은 손질을 할 필요가 있긴 하다. 1989년 도입한 준플레이오프 제도는 나중에 메이저리그에서 와일드카드제, 일본 퍼시픽리그에서 2, 3위간 순위결정전으로 벤치마킹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일본은 센트럴리그도 내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할 것을 검토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자주 바꾸는 게 리그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임은 분명하다. 야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프로축구를 보라. 무슨 대회가 그리도 많고 시간과 장소는 왜 수시로 바뀌는지. 프로농구도 해마다 대회 일정이 바뀌지 않았는가.

이젠 임시처방을 내놓기보다는 최소 10년을 내다본 장기 플랜을 세워보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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