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老兵은 사라져도 銅像은 지켜져야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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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인천상륙작전의 주역인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동상 이전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시민의 중지(衆智)를 모은 일이 아닐뿐더러 사려 깊지도 않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구출한 맥아더 장군의 작고 낡은 동상 1점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정체성의 혼돈과 대미(對美) 인식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 명분은 인천 ‘자유공원’에 냉전시대의 상징인 맥아더 동상이 서 있는 것은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으로 옮기자는 얘기다. 그러나 역사적 기념물에는 ‘있던 그 자리의 역사성’이 존재하는 법이다. 동상이 세워진 1957년의 시대적 상황과 ‘장소의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상 이전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의 월권(越權)이자 역사에 대한 무례(無禮)다.

‘냉전의 상징’이어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6·25전쟁이 적화(赤化)로 마무리됐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맥아더 동상은 냉전의 상징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켜낸 ‘호국(護國)의 상징’으로 해석돼야 마땅하다.

이번 논란으로 6·25전쟁 당시 군대와 의료진을 보내준 참전 16개국이 인천 시민은 물론 한국인 전체를 배은망덕한 사람들로 오해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6·25전쟁에서의 맥아더 장군의 공과(功過)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은혜를 모르는 국민이 돼서는 안 된다.

맥아더 장군의 미 의회 연설처럼 노병(老兵)은 사라졌으나 그가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위대한 군인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한국인의 가슴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260만 인천시민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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