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판 뉴딜’ 위험하다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25분


코멘트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총 10조원대로 추정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인 이른바 ‘한국형 뉴딜’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해 경기(景氣)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그 재원으로는 국가예산뿐 아니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과 민간자본 및 외국 자본을 동원하고 공기업 투자도 늘리겠다고 한다. 이 계획은 올해 경제정책의 최대 목표로 삼은 ‘투자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소비 진작’이 내년까지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구상한 ‘비상(非常)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그동안의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반성부터 할 필요가 있으며 거기에서 보다 유효한 답을 찾아야 한다. 말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기업 활동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정치와 정책 행태를 보인 것이 그간의 실패를 낳은 주요인이다. 또 여유자금이 있는 계층조차 국내에서의 소비를 꺼릴 수밖에 없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부추겨왔다. 특정 지역과 특정 계층을 겨냥한 과도한 부동산대책으로 건설경기마저 죽여 버렸다.

그러고는 이제 와서 정부 주도로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것이 ‘뉴딜’의 실체다. 민간의 자생적 활력을 이토록 떨어뜨려 놓고 정부가 쥐어짜듯이 투자를 늘린다고 경기가 제대로 살아날지 미지수다. 정부는 올해도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추경예산을 편성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연기금 투입은 효과보다 부작용과 위험성이 훨씬 크다. 여당 내에서도 “연기금을 경기부양용 투자에 끌어들였을 때 정부가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 줄 수는 있지만 원금 손실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없애기가 쉽지 않다”는 등의 지적이 나온다. 민간 전문가들은 “혈세만 낭비해 재정과 연기금의 동반 부실을 가속화시킬 소지가 크다”고 우려한다.

정부 여당은 ‘뉴딜’을 강행하기 전에 국정 우선순위의 혼선을 해소하고 규제를 풀며 투자와 소비가 살아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을 만드는 정책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