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보법 폐지 밀어붙여선 안 된다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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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확정하고 형법을 보완하는 3개안과 대체입법 1개안을 제시했지만 폐지에 가까운 내용이라면 안보 공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국보법 존치(存置)에 의미가 있다고 보는 국민의식과 안보불안 심리를 고려해 개정안은 내용과 형식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여당은 “인권침해 요소를 없애면서 국가안보에 한 치의 허점도 없는 촘촘한 그물망을 만드는 취지에서 4개안을 성안했다”고 한다. 취지가 그렇다면 그것은 ‘폐지’가 아니라 ‘유지’를 골격으로 한 개정 보완이어야 한다. 여당은 형법으로 흡수통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나 북한은 우리에게 외국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를 참칭하는 반란단체로 보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다면 북한에 의한 국가안보 위해행위를 다스리는 별도 입법이 적절하다.

북한은 대화하고 교류할 상대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세력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고, 장사정포로 수도 서울을 위협하고 있다. 적대와 교류라는 이중적 남북관계에서 교류라는 한 쪽 측면으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여당의 네 가지 안은 너무 많은 조항을 삭제해 ‘성긴 그물망’ 같은 인상을 준다.

과거 국가보안법을 남용해 인권을 유린하던 독재정권은 사라졌다. 구(舊)시대에 자행된 인권 침해 우려를 명분으로 법적 무장해제에 가까운 입법을 해서는 안 된다. 여당은 대체입법안의 명칭으로 국가안전보장특별법(국가안보법)을 고려한다고 하는데 기존의 국가보안법과 글자 한 자 순서가 바뀐 것 아닌가. 여당이 지나치게 ‘폐지 명분’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야당도 일부 문제되는 조항은 개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므로 국민의 안보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가 조항별로 구체적인 합의를 한 뒤 국민적 동의를 얻어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보법 폐지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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