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영봉]다섯 개의 위험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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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큰 위험이 세계경제를 위협한다.”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경제연구소장이 ‘이코노미스트’지 칼럼(9월 9일자)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연간 1조달러를 향해 치닫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역시 연간 1조달러에 이를지 모를 미국의 재정적자,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과열된 중국경제의 경착륙, 그리고 배럴당 60∼70달러까지 가능한 유가 상승 등이 그것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현재 6000억달러 수준에서 매년 1000억달러 이상 늘고 있다. 상품 수입이 수출보다 두 배나 많아서 수출이 수입보다 배 이상 증가해야 적자폭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회복과 유가상승으로 오히려 수입만 늘고 그 결과 이미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대외채무의 원리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의 정부채무 또한 2010년에 5조달러를 넘어설지 모른다. 어떤 시장이 이런 달러를 감내할 것인가. 달러 가치의 대폭 하락과 이에 따른 인플레 및 이자율 상승은 시간문제다.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되고 세계경기는 격렬하게 추락할 수 있다. 미국은 20% 이상 달러를 절하해야 현상유지를 하고 이자율은 이론적으로 ‘두 자릿수’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 버그스텐의 걱정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을 투자하고 세계무역 증대의 20%를 차지하는 거대한 ‘성장 기관차’가 됐다. 그런데 그 경제정책이 너무 불확실해 경착륙할 경우 세계는 또 다른 인플레와 이자율 상승의 충격을 받는다. 세계 유가는 범세계적 수요 증대, 정유 설비 부족, 바닥난 재고, 정치적 불안 등 온갖 상승요인이 누적돼 있어 실질가격 기준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지 모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3대 경기침체는 모두 급격한 유가상승이 방아쇠를 당겼다.” 요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자주 상기시키는 말이다.

▷모처럼 외국 방문길에 나섰던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과제가 있지만 먹고사는 게 첫째”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일과성 말치레에 불과할 것인가. 초대형 허리케인이 닥쳐오는데 이념의 멱살잡이로 날밤을 새우는 한국의 꼴이 세계가 보기에는 야밤에 유령을 향해 창을 흔드는 돈키호테의 모습이 아닐까.

김영봉 객원논설위원·중앙대 교수·경제학 kimyb@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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