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반도 평화와 군비통제’

  • 입력 2004년 7월 3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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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군비통제/한용섭 지음/605쪽 2만5000원 박영사

이 책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 통일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중견 학자(국방대학원 교수)의 20년에 걸친 실무 경험과 연구의 결실이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 현실과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 관계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협상 및 한미안보협의회 정책실무자로 활약하면서 얻은 경험을 새롭고 다양한 안보 이론들과 접합시키고, 이상과 현실의 접점을 찾으려는 저자의 학문적 고뇌가 이 책 전편에 흐르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불변하는 군사위협과 주변 열강으로부터의 잠재적 위협을 동시적으로 고려하는 군사안보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아가 군비통제 및 군사적 신뢰구축과 관련해 한반도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유엔의 사례 연구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미소 군축협상, 중동 평화협상, 북미 핵협상에 직접 참여한 수많은 실무자들을 인터뷰함으로써 연구의 실증성을 더욱 높였다.

군비통제는 ‘국가간 합의에 의해 상호 위협을 감소시키는 행위’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군비통제가 국가전략의 한 부분이 아니라 국방정책의 하위 개념에 놓여 있다는 점을 저자는 비판한다. 북핵 협상 당시 미국은 군비통제 전문가들을 대거 투입해 적국을 대상으로 군비통제전략을 수행한 바 있다. 저자는 한반도 평화공존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방전략에 걸맞은 군비통제전략의 수립과 실행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25전쟁 이후 한국이 맞고 있는 국가안보의 최대 위기인 최근 북핵문제의 해결 전망과 대책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1994년 제네바협정의 협상과정과 이행 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과거의 실패로부터 올바른 교훈을 얻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북핵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다자틀을 통해서 해결돼야만 재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6자회담의 진행과정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또한 저자는 선군(先軍)주의를 주장하는 북한의 노선이 변하여 탈군사화가 이루어지고 북한의 점진적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비로소 한반도에서 진정한 군비통제와 군축이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의 일방적인 군축은 북한의 핵 보유와 함께 오히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어렵게 할 것이다.

평화와 군사안보가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관계인가 하는 평화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의 제기와 해답의 제시는 근래 이 분야의 연구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연구 성과다. 유럽에서 발전된 공동안보와 협력안보의 개념을 통하여 한반도의 군사적 신뢰구축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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