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따르는 ‘경제 최악상황’ 대비 주문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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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제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합니다.” 그저께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주관한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의 공통적 충고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위기론에 대해 불온한 사상이라도 되는 양 틀어막으려 하고, 당국자들도 대통령 심기 살피기에 급급한 듯한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이 이런 고언(苦言)을 하는 데 대해 정부는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대비되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 가계부채 과다, 수출산업의 지나친 부품 해외의존 등 구조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잇달아 내놨다. 정부도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겠지만 유효한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하는 데 대한 자성과 함께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위기론을 억누르는 데 매달리면 경제현장에서 나타나는 위기신호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게 되고, 결국 대책이 겉돌거나 늦어지기 쉽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성장률 회복에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가 불과 며칠 뒤에 경제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다고 고백하는 것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 공방은 이제 공허하다는 느낌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산만한 정책으로는 침체된 소비와 투자를 살릴 수 없고, 10년 뒤는 물론이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위기든 난국이든 극복해 내려면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과 국민적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선택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너무 먼 얘기만 하고 있어서는 무능한 정부라는 시장의 인식만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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