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과사용·훈련증후군으로 ‘축구 꿈나무’ 시들시들

  • 입력 2004년 6월 1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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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츠 대표팀감독
앨버츠 대표팀감독
‘축구 꿈나무’가 지나친 훈련으로 채 피기도 전부터 시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청소년대표팀(16세 이하)을 대상으로 서울 강서구 방화동 메디메이저에서 체력 및 메디컬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선수 2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선수들이 과사용증후군(근육 인대 관절 이상)과 과훈련증후군(심장박동 이상, 몸의 산성화)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은 허리근육 손상으로 밝혀졌고 무릎연골 손상(3명), 아킬레스건염(2명) 증상을 보인 선수도 나왔다. 만성피로를 호소한 선수는 70%인 20명.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30% 정도가 지나친 훈련으로 성장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 로버트 앨버츠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발목과 무릎, 등, 어깨 등에서 고질적인 부상이 많이 나타났다. 어린 선수들의 미래를 생각해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훈련을 하기는커녕 당장의 성적에 눈이 어두워 너무 혹독히 몰아붙여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운동의 기본인 유연성도 기대에 못 미쳤다. 허벅지 햄스트링 이완 각도(누워서 다리 올리기)는 90도가 정상인데 평균 70도, 아킬레스건 이완 각도는 30도가 정상인데 평균 15도밖에 안됐다. 이는 발목이나 무릎, 척추가 아픈데도 계속 훈련하다 보니 아프지 않은 신체부위를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바람에 근육이 굳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메디컬 테스트를 담당한 나영무 메디메이저 원장(협회 의무분과위원)은 “절반이 넘는 선수들이 재활훈련을 요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년대표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일반 선수들은 이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구선진국에선 성장기에 있는 유소년 선수들의 훈련시간이 하루 2∼3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 유소년 선수들의 훈련시간은 최대 7시간, 평균 4.57시간(2002년 일산백병원 설문조사 결과). 결국 성적 내기에 급급한 학원축구가 청소년 선수들을 채 피기도 전에 망가뜨리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청소년 선수들의 문제는 성인팀으로 이어진다. 성장기에 지나친 훈련을 해 어른이 되어서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근육이나 관절에 고질적인 병을 앓고 있다. 나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대표가 국가대표로 이어지는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지나친 훈련으로 몸을 망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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