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중국 고전 명언 사전’…모로하시가 쓰면 다르지!

  • 입력 2004년 6월 11일 17시 17분


코멘트
◇중국 고전 명언 사전/모로하시 데쓰지(諸橋轍次) 지음 김동민 원용준 옮김/1648쪽 6만8000원 솔

“고전에 실린 명언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어떤 때는 사람을 가르쳐서 인도하고, 어떤 때는 사람을 격려하고 위로한다. … (명언은) 구절은 짧지만 그 의의는 깊다. 구절이 짧기 때문에 기억하기 쉽고, 의의가 깊기 때문에 응용에 막힘없이 자유롭다.”

저자인 모로하시 데쓰지(1883∼1982)는 서문에서 이 책을 만든 뜻을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은 중국 고전에서 명언들을 뽑아서 현대어로 해석하고 간략한 해설을 덧붙인 명언집이다. 이런 ‘진부한’ 형식의 책은 시중에 이미 적잖이 나와 있지만, 그 저자가 모로하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로하시는 역사상 최고(最高)의 한문사전으로 평가받는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의 저자다. 또한 ‘모로하시’는 전 13권, 총 1만4000쪽에 이르는 이 사전의 별칭이기도 하다. 수백 명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 기획부터 완간까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30여년간 모든 책임을 그가 도맡아 했기 때문에 그는 ‘책임편집자’가 아니라 ‘저자’이며, 동시에 ‘대한화사전’을 상징하는 이름이 된 것이다.

‘모로하시’에는 5만354자의 한자와 수천년 동안 그 한자들이 쓰였던 엄청난 양의 용례들이 정확히 정리돼 있다. 자존심 상한 중국인들이 이 ‘모로하시’를 능가하는 한문사전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아직도 세계 최고는 ‘모로하시’라는 데 이의를 달 수 없다.

바로 그 모로하시가 중국의 고전들 중에서 명언들을 뽑아 해설했다니 다른 명언집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역경, 좌전, 예기 등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비롯해 노자, 장자, 순자, 관자, 한비자 등의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 그리고 근사록(近思錄), 소학(小學), 당시선(唐詩選) 등 중국 고전 중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읽혀 온 책들 가운데서 명언들을 뽑아냈다.

30여년 동안 사전을 만들었던 모로하시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정확성과 객관성에 있다. 그 정확성과 객관성은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각 고전별로 간략한 해제를 달아 그 고전을 소개하고 그 중 마음에 새겨둘 만한 구절들을 뽑아 짧고 정확하게 해설했다. 게다가 부록에는 ‘모로하시’답게 주제, 인명, 어구에 따른 세 가지 형식의 색인까지 달아놓아 이 책이 단순한 ‘명언집’이 아닌 ‘명언 사전’이 되도록 했다.

“지키는 것은 간략하면서도 베풂이 넓은 것은 선한 도이다(守約而施博者 善道也·수약이시박자 선도야).”

그가 ‘맹자’에서 인용한 이 구절처럼 모로하시는 방대한 중국 고전의 진수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널리 읽힐 수 있도록 이 책을 만들었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