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젊은 상상력’ 잠든 문단 깨울까

  • 입력 2004년 6월 4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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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수영
작가 한수영

◇공허의 1/4 /한수영/266쪽 9000원 민음사

◇피터팬 죽이기/김주희/265쪽 9000원 민음사

민음사가 주관하는 ‘오늘의 작가상’의 2004년 공동수상작인 한수영(37) 김주희(27)의 장편소설 두 편이다. 올해로 28회째인 ‘오늘의 작가상’의 공동 수상은 2000년 고은주 우광훈 이후 두 번째다. 당시 공동수상은 심사위원 간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려 난산 끝에 내려진 결정이었지만 올해는 세 명의 심사위원이 공동수상을 결정하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두 편 모두 여성작가의 작품이지만 분위기나 문장은 사뭇 다르다.

‘공허의 1/4’은 신인답지 않게 높은 완성도가 돋보인 작품. 심사위원 김화영 교수(고려대)는 “단 한군데서도 허점을 드러내지 않는 확고한 안정감”을 이 작품의 덕목으로 꼽았다. 김미현 교수(이화여대)는 “작가의 완벽에 가까운 언어감각”에 주목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30대 여성이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인 그는 무릎에 가득 찬 물기 때문에 ‘관절 마디마디에 물 풍선을 매달아 놓은 듯’ 몸이 무겁다. 류머티즘 관절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룹알할리 사막의 뜨거운 햇볕이 최고라는 말을 듣고 ‘몸 안의 습기를 모두 말리기 위해’ 룹알할리 사막을 주문처럼 외며 여행을 꿈꾼다.

전북 임실 출생인 작가 한씨는 덕성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약사로 근무했으며 2002년 단편 ‘나비’로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한씨는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시선이 많이 간다.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꿈을 꾸지만 결국은 추락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 김주희

김씨의 ‘피터팬 죽이기’는 글의 짜임새보다는 신인다운 신선함과 독특함이 넘치는 작품. 심사위원 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신인만이 그려낼 수 있는 세계를 이만한 수준의 언어적 공간에 담았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주목할 만한 문학적 사건”이라고 평했다.

‘피터팬 죽이기’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한쪽 눈을 실명한 스물일곱 살의 대학원생. 시골 태생인 그는 어머니의 소망대로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지만 삼류 대학을 나와 되는 일이 없다. 늘 퇴짜만 맞는 만화가 지망생인 친구 영길의 삶도 마찬가지. 주인공은 자신과 영길이 소설가에 의해 움직이는 허구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부디 시점만이라도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었으면 좋겠어.”

소설 속에서 ‘나’는 수시로 자신을 ‘쓰는’ 소설가를 공격한다. “(나를 쓰고 있는) 작가를 삼류 소설가라고 말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받을 상처는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내키는 대로 주인공의 삶을 마구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그는 자신을 조정하는 소설(가)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작가 김씨는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피터팬이 후크 선장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바로 현실”이라고 말하는 그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강한 개성으로 경쾌하게 풀어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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