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론’…첫 만남의 느낌

  • 입력 2004년 6월 4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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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론/김우룡 장소원/518쪽 2만원 나남출판

‘4분의 장벽.’

첫인상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표현이다. 어느 학자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피험자에게 낯선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을 4분간 보여준 뒤 그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하게 했다. 그 후 나머지 부분을 보여주고 최종 평가를 내리게 했더니 처음 평가와 나중 평가가 다른 경우는 극히 적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 바로 최초의 4분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4분간 주고받는 언어가 극히 제한돼 있을 뿐만 아니라 대개는 무의미한 인사말들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주고받는 시선 제스처 어투 등 비언어적(nonverbal) 커뮤니케이션이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신체언어(kinesics) 학자인 버드휘스텔에 따르면 두 사람이 대화할 때 주고받는 의미의 65%가 비언어적으로 전달된다.

이 책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즉 언어를 통하지 않은 모든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한 개론서이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몸짓 자세 얼굴표정 목소리 신체접촉 등 신체언어다. 남녀간에는 친밀도에 따라 12단계의 순서를 밟아 신체접촉이 이뤄진다.

남자는 먼저 여자의 신체를 바라보고 조금 친해지면 눈을 바라보며 다음엔 팔로 어깨를, 허리를 잡고 그 다음 키스를 한다. 남자가 손으로 여자의 머리를 만지는 행동은 키스보다 더 진전된 사이에서 가능한 일이다.

신체언어를 제외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는 공간 시간 색깔 냄새 옷 장식 화장 이모티콘 등이 있다.

기다리게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상담할 때는 학생들을 어느 정도 기다리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야 학생은 교사가 귀중한 시간을 내어 준다고 생각해 진지하게 면담에 임하게 된다. 그러나 학생이 매우 껄끄러운 문제로 교사를 어렵게 찾아왔을 때는 즉시 만나줘야 한다. 학생의 자존심이 높아져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게 된다.

또 야단치는 경우가 아니면 기다리게 하는 시간이 인내의 한계점인 15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 시간을 넘어서면 적대감이나 불안감이 생긴다. 역으로 상대가 나를 기다리게 한다면 나는 다른 일을 하면서 상대에게 매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돼 196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재는 개인적 연구에서 상호작용 상황에 대한 연구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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