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마니아칼럼]빈볼은 야구의 일부가 아니다.

  • 입력 2004년 5월 28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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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전 많은 망설임을 가졌다. 타이거즈 팬인 나로서 과연 타이거즈 선수와 관련된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서승화 선수를 성토할 필요가 있을까? 혹은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하는것이 아닐까? 그저 그런 선수의 하찮은 짓거리에 지나치게 흥분한것은 아닐까?

그러나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만약 그 피해자가 내가 좋아하는 타이거즈 선수라면 그렇다면 난 결코 용서할 수 없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의 처벌 수위에 대하여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미약함을 지적하고 싶어졌다.

BEAN BALL : 고의적으로 타자의 얼굴이나 머리 부분을 향하여 던지는 공.

BRUSHBACK : 고의적으로 타자를 위협하기 위하여 타자를 겨눠서 던지는 공

PURPOSE PITCH : 고의로 타자를 스칠 듯이 던지는 공, 빈볼 비슷한 투구.

대략 고의성을 띄워 타자를 위협하는 투구는 이렇게 나뉜다. 그러나 명확하게 맞힐 의도를 가진 투구는 빈볼 뿐이다. 즉 맞힐 의도가 없는 투구는 BRUSHBACk 혹은 PURPOSE PITCH를 말한다. 이 두가지 투구는 사실 지나치게 적극적인 타자들(타석의 안쪽에 바싹 붙어 투수가 몸쪽공을 구사하지 못하도록 몸을 앞쪽으로 내미는 유형의 타자들)에게 던져지며 야구의 일부분이라 용서할 수 있다. 즉 투구 공간의 확보를 위해 던져지는 투구이기 때문이다.

타이거즈의 이종범 선수는 2002년 7월 롯데 자이언츠의 김장현 투수의 투구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가 함몰돼 약 2주간 결장했다. 그리고 2주 뒤에도 여전히 그는 정상적인 선수 활동을 하지 못했고 그의 활약은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현대 유니콘스의 심정수 선수도 2001년 6월 롯데 자이언츠의 강민영 투수의 볼에 맞아 광대뼈가 함몰됐고 2003년 4월에도 롯데 박지철 투수의 투구에 맞아 25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이들이 맞은 볼은 140㎞ 초반의 직구였다.

그리고 이 두 투수들에 대해 빈볼이란 비난은 없었으며 이 투수들은 용서되었다.

최근 서승화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김재걸 선수의 머리를 향하여 시속 150 킬로대의 직구로서 빈볼을 구사하였다. 그리고 KBO에서는 다음과 같은 징계를 내렸다.

서승화(LG)선수 상벌위원회 결과

한국야구위원회 박용오 총재는 17일(월) 오전 9시 상벌위원회를 소집하여 지난 14일(금) 잠실경기(LG-삼성)에서 삼성 김재걸 선수에게 빈볼을 던져 퇴장당한 LG 서승화 선수에게 스포츠정신 위배와 경기장 질서 문란행위 등 대회요강 벌칙내규 4항을 적용하여 제재금 200만원과 출장정지 10게임을 부과하였다.

또한 박용오 총재는 향후 이와같은 일이 재발할 경우, 엄정하게 가중 처벌할 방침임을 해당구단에 통보하였다.

요지를 살펴보면 서승화 선수의 공을 빈볼로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을 보면 그야말로 실망스러운 결정이다. 그는 이미 두차례(이승엽 선수와 김한수 선수)나 더 빈볼을 던진 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세번째 빈볼을 구사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하여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좀 억울하다. 만약 정민태나 송진우 같은 선수가 그런 경우였다면 이정도 처벌을 받지 않았을거다. 지난해에 승엽이형이랑 그라운드에서 난투극을 벌였던 것 때문에 그런거 같은데 당시에도 승엽이형은 홈런 기록행진중이라 3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맞힌 것도 아니고 그라운드에서 난투극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10경기 출전정지는 심한 처벌이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순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억울하다는 표현은 분명 자신의 잘못이 아니거나 자신의 잘못이긴 하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가보다 지나치게 많은 처벌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다른 사람의 예를 들어서 분명 자신의 잘못이 사소한 일이란 사실을 누누이 밝히고 있다. 물론 그는 반성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이런 이야기도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인정한다.

정말 이것이 인정한다는 말이라고는 그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본인 스스로도 그렇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정말 인정했다면 억울하단 말은 하지 않았을것이며 남의 예를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반성이란 것은 예시당초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 빈볼도 야구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고한다. 사실 그렇게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나는 누가 그러주장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빈볼은 야구의 한 부분이 절대 아니란 사실을 주장하고 싶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빈볼이 야구의 일부분인가? 그것은 빈볼을 던진자의 자기 합리화일 뿐이며 가장 치사한 변명이다. 함무라비 법전을 인용하여 만약 그런 괴변을 늘어놓는 선수(빈볼을 던진 투수)가 똑같은 볼로서 헬멧을 씌우고 머리를 단지 한번 만이라도 맞는다면 다시는 그런 주장을 펼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그 공포심으로 두번다시 타석에 들어서고 싶은 생각조차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그가 그런 괴변을 늘어 놓은 이유는 딱하나다. 그가 가지고 있는 본성 자체가 최소한의 도덕성 조차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브러쉬백이나 퍼포즈 핏치는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빈볼은 선수 생활을 담보로 해야한다. 그공을 맞은 선수는 분명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는것이다. 따라서 빈볼에 대한 처벌은 결코 약해져서는 안된다. 처벌이 약해지면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 투수는 또다시 횡포를 부릴것이기 때문이다.

서승화 선수에 대한 KBO의 처벌이 과연 적정한 수준인가? 적어도 빈볼을 던진 투수에 대해서는 그공이 맞았을 경우에 왔을 영향을 생각하여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게 해야하지 않을까?

아래는 빈볼에 의해서 야구생활을 그만두게된 커비 버킷 선수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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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력

타격왕 : 1989

최다안타 1위 : 1987,88,89,92

골드글러브 : 1986,87,88,89,91,92

통산타율 : 0.318

특기사항 및 평가

1996년 7월 12일 미네소타 트윈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경기가 벌어지기 전 양팀 선수들과 수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부상회복을 장담하며 복귀를 약속했던 커비 퍼킷이 한쪽 눈에 안대를한 채 은퇴의사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야구선수를 꿈꾸었던 나는 그동안 꿈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꿈에서 깨어나야만 합니다. 단지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야구를 좀더 열심히 했다면 하는 것입니다. 부인과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고 아직 왼쪽 눈으로 볼 수 있으며 또 이렇게 살아있다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우리에게 내일이 약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모두 즐겁게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양키스나 다저스 유니폼이 아닌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자랑입니다. 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잠시 멈추지만 반드시 제2의 야구 인생을 살겠습니다."

1995시즌 커비 퍼킷은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데니스 마르티네스에게 얼굴을 강타당하는 데드볼로 큰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마감하였다. 부상중에도 타격과 수비연습을 늦추지 않았지만 오른쪽 눈의 망막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며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팬들과 본인에게 재기의 의지를 약속하며 최선을 다했던 커비 퍼킷은 결국 약속했던 1996시즌에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하며, 모두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특유의 미소를 던지며 선수생활을 마감하였다.

미네소타의 단장인 테리 라이언은 "그와 비교할 선수가 있는가? 최고의 야구 선수일 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커비 퍼킷을 평했으며, 미네소타 투수였던 릭 아귈레라는 "많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지만 그중 최고를 고르라면 당연 커비 퍼킷이다. 그는 신적인 존재이다"라며 경의를 표했다.

야구 역사상 가장 친근한 얼굴과 웃음, 겸손한 모습으로 팬들과 동료들, 또한 상대팀 선수들에게까지 사랑과 존경을 받는 위대한 선수, 커비 퍼킷...그라운드를 떠났지만 그는 진정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작지만 큰 위대한 영웅이다.

박기웅 동아닷컴 스포츠리포터 tigersfighting@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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