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

  • 입력 2004년 4월 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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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행한 국고채 잔액이 지난 1년3개월 동안 40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나랏빚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의 차입금을 빼고도 올해 3월 말 현재 15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러다간 재정이 국가경제의 최후 안전판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1997년 말 50조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지방정부 채무 제외)는 2000년 말 100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3년여 만에 다시 최소한 50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까지 7년 연속 적자살림을 하면서 체질화된 적자 예산 구조와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한다면 나랏빚은 앞으로도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들어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진국과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성장 역사가 짧아 선진국에 비해 경제의 안정성과 성숙도가 낮다. 예기치 않은 충격에 더 민감하고 민간의 충격 흡수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사시 마지막 버팀목인 재정을 선진국보다 몇 배 튼튼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재정이라도 건전했기에 부실 채권을 정리하고 실업자를 구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교훈이 돼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갖고 나랏빚을 줄여 나가기 위한 본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도 재정 적자를 심화시키는 선심성 총약을 마구 쏟아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경제와 민생을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는 데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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