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 전체의 물가 인상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번에 OPEC가 감산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2·4분기(4∼6월)부터 시작되는 계절적 비수기를 앞두고 유가를 방어하겠다는 산유국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산유국들의 유가 수출에 따른 수익이 예전처럼 크지 않다는 점도 감산을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번 감산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 단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국제 유가가 지금처럼 높은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파장은 훨씬 클 전망이다.
특히 이날 미국 텍사스에 있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정유공장에서 폭발 사고까지 발생해 OPEC의 감산 결정의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는 이번 OPEC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일제히 상승해 중동산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0.36달러 오른 30.49달러, 미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0.81달러씩 급등한 36.19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같은 날 전국 평균 휘발유값이 1갤런(약 3.8L)에 0.003달러가 오른 1.75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당장 주요 선진국들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의 소매 체인점 단체인 국제쇼핑센터협의회(ICSC)와 UBS 워버그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소매 체인점 판매 실적은 전 주보다 1.9% 감소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소비 감소는 결국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가 연간 5달러 오르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수출 감소와 생산 위축으로 인해 연간 0.3%포인트 떨어지고 물가는 0.5%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전형적인 에너지 다소비 국가여서 이제 막 회복 기미를 보이는 산업 설비 가동률도 떨어질 전망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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