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주자와 기 그리고 몸'…調息하며 調心한다

  • 입력 2004년 1월 30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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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와 기 그리고 몸/미우라 구니오(三浦國雄) 지음 이승연 옮김/413쪽 2만원 예문서원

“코끝에 하얀 것이 있어/내가 그것을 본다/시간과 장소에 따르니/여유롭고 유순하다/고요함의 극한에서 숨을 내쉬니/봄 못의 물고기와 같고/움직임의 극한에서 숨을 들이쉬니/뭇 벌레들이 칩거하는 듯하다/기(氣)가 왕성하여 모이고 흩어지니 그 묘함은 끝이 없다….”

호흡의 조절을 통해 수양하는 방법을 설명한 이 글은 불교나 도교의 가르침이 아니라 중국 성리학의 집대성자인 주희(朱熹)의 ‘조식잠(調息箴)’이다. ‘조식’이란 숨을 조절하는 것이고 ‘잠’이란 경계의 글이니 ‘조식잠’이란 ‘숨 조절할 때 유의할 점을 적은 글’ 정도의 의미다.

일반적으로 주희는 ‘기(氣·질료 또는 에너지)’보다는 ‘이(理·법칙 또는 원리)’를 중시했던 것으로 평가되지만, 일본 오사카(大阪)시립대 교수(중국사상사)인 저자는 주희가 ‘숨 조절(調息)’을 통해서 ‘마음 조절(調心)’에 이르려 했다는 데 주목해 ‘기’의 관점에서 주희의 철학을 읽어나간다. 숨을 쉰다는 것은 곧 ‘기’를 통해 우주와 ‘나’를 소통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자신의 관점이 세상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제1부에 ‘기의 사상으로서의 주자학’이라는 논쟁적 제목을 붙인 것은 내 입각점을 제시하기 위한 것일 뿐 주자학이 ‘기’ 하나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겸손하게 밝힌다.

하지만 저자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에 따르면 주희 철학의 핵심은 우주의 생명력이 ‘기’를 통해 끊임없이 생성되기 때문에 천지간에는 본래 한순간의 “간단(間斷·끊어짐 또는 멈춤)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생기는 ‘간단’으로 인해 세상 이치에 어긋남이 생기게 되므로 주희는 수양과 학습을 통해 이 ‘간단’을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주희철학을 재해석한 뒤 이를 중국의 기 수련법으로 연결시켜 설명한다.

저자는 이것이 주자학을 해석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자학을 좀더 다양한 측면에서 흔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은 공감할 만하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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