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씨 등 5명, 남극원정 성공

입력 2004-01-13 12:05수정 2009-10-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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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위 90도에 우뚝 선 '남극 영웅 5人'

"여기는 남위 90도 남극점, 지구 맨 끝이라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박영석 대장(朴英碩·41·동국대 OB,골드윈코리아)이 이끄는 5명의 대한남아가 마침내 남극점에 도달했다.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남극점 원정대는 13일 오전 11시(현지시간 12일 오후 11시) 드디어 남극점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원정을 시작한 지 꼬박 44일만의 쾌거.

이로써 원정대는 남극점 무지원 탐험(unsupported expedition) 최단시간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11일 여성산악인 피오나 소윌(38·영국)이 42일 만에 남극점에 도착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지만 소윌은 공교롭게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와 함께 출발점인 허큘리스 해안에 도착한 뒤 다시 경비행기편으로 30Km 대륙 안쪽으로 이동한 뒤 원정을 시작, 기록 인정여부가 불투명하다. 현장에 있던 기자를 포함한 원정대가 결정적 증인인 셈.

▼관련기사▼
- 남극 탐험 역사 및 이번 원정대 의의

박영석 대장은 남극점에 도착함으로서 히말라야 8000m급 14봉(에베레스트 포함)과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 및 세계3극점(남극점, 북극점, 에베레스트)을 모두 밟는 세계 최초의 산악그랜드슬램에 북극점 하나만을 남겨놓게 됐다.

대원들은 연평균 영하 55도의 추위와 태풍보다 거센 바람, 해발 3000m에 가까운 고소의 극한 싸움에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보여줬다.

박영석 대장은 "늘 약소국의 설움을 느껴야하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대기록을 세워 가슴이 벅차다"며 "기록에 상관없이 국민을 생각해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감격했다. 원정대는 경비행기편으로 1084㎞ 떨어진 베이스캠프 패트리어트힐로 이동한 뒤 수송기편으로 칠레 푼타아레나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남극점 등정화보 보기

▼남극 어떻게 생활했나 ▼

살인적 추위와 거센 바람의 얼음 대륙에서 원정대는 과연 44일간 어떤 생활을 했을까?

11월30일 허큘리스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원정대원들은 모두 사기충천했다. 남극대륙에 도착한 첫날 기온은 영하 17도에 바람은 초속 5m. 연평균 기온 영하 55도의 남극대륙 내륙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따뜻한' 여름 날씨였다. 강철원 대원(36)은 "이런 날씨면 하루 40㎞은 갈 수 있겠다."며 신났었다.

그러나 대원들의 바람은 단 하루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다음날 수은주는 영하 22도까지 떨어졌고 바람은 최고 태풍(초속17m이상)의 정확히 2배인 초속 34m의 블리자드. 체감기온이 영하 5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대원들은 텐트 밖으로 나갈 엄두는커녕 바람에 짓눌리는 텐트 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온몸으로 텐트를 밀어내야 했다. 바람은 원정 내내 대원들을 괴롭혔다.

누나탁(작은 바위산)이나 산맥 아래를 지날 때는 거센 바람에 함께 날아오는 엄지손톱만한 돌멩이에 얼굴을 맞지 않기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여기에 발아래도 조심조심. 바람에 깎여 눈이 마치 홈통모양으로 변한 사스투르기 때문에 대원들은 하루에 50번도 넘게 130㎏의 썰매와 함께 나뒹굴었다.

그러나 기후보다도 대원들을 더 괴롭힌 것은 배고픔. 5명의 대원이 아침, 저녁 주식은 찹쌀과 야채, 고기 등을 건조해 만든 일종의 전투식량. 장정 5인 전체의 한 끼 식량의 무게는 800g에 불과했고 운행 중인 점심엔 과자와 초콜릿 바 등으로 때웠다.

대원들의 주 대화는 '먹고 싶은 것 서로 말하기'였다. 그 중 압권은 이치상 대원(39)의 '막걸리 한 사발과 홍어회'와 강철원 대원의 '딸기우유 3리터'. 이런 상태에서 하루 12시간을 운행하다보니 10㎏씩 불려온 체중이 보름여 뒤엔 원래로 돌아왔다.

잠자리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최대한 체온이 달아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원들은 3인용 텐트 한개만 가져갔다. 두툼한 옷을 입고 5명이 앉아있기에도 작은 크기. 그래서 잠을 잘때는 서로 엇갈려 머리를 두고 자야 했다.

한달보름 가까운 원정기간 중 세수는커녕 머리한번 감지 않았으니 서로 발을 코에 대고 얼마나 괴로웠을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물론 세탁은 꿈에도 꾸지 못한다. 그러나보니 대원들 모두 땀에 절인 옷(걷다보면 안에선 땀이 난다)에 살이 쓸려 허벅지에 상처를 입고 습진 등으로 고생을 했다. 참고로 대원들에게 지급된 팬티는 1인당 2개씩. 한대원은 아예 처음부터 노팬티를 고집했다.

박영석 대장(41)은 원정기간 내내 설사로 고생해 체력이 떨어져 급기야 새해 첫날 코피를 터트렸다. 막내 이현조 대원(32)은 정강이 피로골절, 오희준 대원(34)도 발목 부상으로 원정 내내 끙끙 거렸다. 워낙 춥다보니 양 입술이 얼어붙었다 떨어지며 상처가 생겨 입술이 당나귀처럼 부어오른 것도 대원들의 공통점.

가장 흥미로운 일은 영하 50도 아래서의 용변문제. 뭐 별 수 있나? 참을 때까지 참았다가 추위를 무릅쓰고 바지를 내려야한다. 다행은 금방 얼어붙어 고약한 냄새가 없다는 것. 하지만 문제는 남극에선 규약 상 모든 쓰레기는 수거해 가져나와야 하기 때문에 비닐팩에 정성스럽게 담아 썰매에 담아야한다는 것. 외국 원정대원들은 추위에 엉덩이를 내밀기 싫어 앞에서부터 뒤에까지 지퍼가 달린 '특수 바지'를 입고와 한국 대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 속에서 대원들에게 기쁨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원정대 인터넷 홈페이지(www.donga.com/news/south)를 통해 보낸 '원정대에게'라는 응원의 글들.

기후가 나쁘면 남극점에서 열흘이고 텐트 속에서 경비행기를 기다려야하는 대원들에게 지금이야말로 축하와 격려의 글이 필요할 때다.

남극점 도달한 박영석씨 인터뷰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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