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물방울 하나 떨어지면'…힘들게 살아온 그들위해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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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하나 떨어지면/김원일 지음/325쪽 9000원 문이당

사실주의자로서 작가 김원일의 존재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우뚝하다.

‘늘 푸른 골짜기’ ‘불의 제전’ 등 장편에서뿐만 아니라 중·단편에 있어서도 허식을 배제한 그의 선 굵은 문체는 소외된 개별 인간군상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순간에도 배경에 깔린 사회적 맥락의 무성한 숲을 조감한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엄혹했던 시대와 비인간화의 악조건 속에서 힘들게 삶을 붙잡아 온 사람들과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라고 밝힌다.

12년 만에 발표한 이 중단편집에서 주인공들의 힘겨운 삶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작가가 예전부터 즐겨 다뤄온 이념 갈등. 또 하나는 소수자에 무심한 이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기’다. 작가는 1996년 장편 ‘아우라지로 가는 길’에서 장애인의 삶에 주목한 이후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단편 ‘미화원’의 주인공은 버스기사 김씨와 정신지체아인 아들 종수. 두 달 전 아내가 죽은 뒤 김씨는 아들의 앞일이 부쩍 걱정이 된다. 종수가 청소하는 일에 남다른 재능과 집착이 있음을 발견한 뒤 김씨는 정기검진에서 폐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종수는 고속버스터미널 미화원으로 생전 처음 자기 일을 갖게 되고, 이제 남은 날을 정리해야 하는 김씨는 청소하는 종수를 ‘입을 반쯤 벌리고 멀거니’ 바라본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예전 작품과 비교할 때 이 책에서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어머니의 존재는 사라지거나 약화되고, 기왕에 없거나 가족적 불행의 원인이 되었던 아버지가 어엿한 부권적 존재로 들어선다는 것. 그는 작가가 자서전적 테두리를 벗어나 당대 사회구조를 드러내는 가족으로 이야기 틀의 변화를 이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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