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안/NSC의 '비판 알레르기'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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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3일 동아일보 신년 특별기획 시리즈 ‘워싱턴의 한반도정책 무버&셰이커(Mover & Shaker)’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NSC가 보도자료까지 내며 밝힌 이유는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일부 미국측 인사들의 일방적인 발언만을 게재해 정부 정책과 대통령의 지도력에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버&셰이커’란 정책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들 중에는 당국자도 있고 싱크탱크 연구원도 있다. 이들의 현장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 우리측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 이 시리즈의 기획 취지다.

‘법적 조치’를 취한다면 시리즈가 법을 어겼다는 뜻이다. 도대체 무슨 법을 어떻게 어겼다는 것인지 기자로서는 정리가 되지 않는다.

북핵 문제와 같은 첨예한 사안에 있어서는 동맹국인 미국과 한국의 국익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쯤은 모르지 않는다. 하물며 미국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북핵 문제의 옳은 해법이라고 설파하려 했던 것도 아니다.

인터뷰에 응한 워싱턴 인사들이 청와대 NSC 일부 인사들을 ‘탈레반’이라고 표현할 때는 기자도 내심 불쾌했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시리즈 마지막 회에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의 반박을 싣기로 하고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동아일보는 미국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NSC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신문사에서 요청하기에 앞서 NSC가 먼저 “우리에게도 지면을 달라. 국민에게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야 오히려 마땅하지 않을까.

NSC의 ‘법적 대응’ 운운은 향후 시리즈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더구나 기자와 만난 워싱턴의 취재원들에게 기사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데서는 걱정이 되기까지 한다.

‘한국 기자에게 정말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고 묻는 한국 관리의 모습이 워싱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겠는가.

김정안 국제부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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