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프로감독들 "심판 못 믿겠다"…10개구단 감독 설문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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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가 SBS 몰수패와 집행부 총사퇴가 겹치면서 최대 위기에 빠졌다. 문제의 발단이 된 20일 안양 KCC전에서 SBS 정덕화 감독(오른쪽 두번째)과 이상범 코치(오른쪽)가 홍기환 심판(오른쪽 네번째)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프로농구가 SBS 몰수패와 집행부 총사퇴가 겹치면서 최대 위기에 빠졌다. 문제의 발단이 된 20일 안양 KCC전에서 SBS 정덕화 감독(오른쪽 두번째)과 이상범 코치(오른쪽)가 홍기환 심판(오른쪽 네번째)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몰고 온 SBS 몰수패와 한국농구연맹(KBL)집행부 총사퇴. 그 파문은 가라앉기는커녕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21일 김영기 KBL 총재의 전격 사임발표에 이어 주요 집행부 인사들까지 줄줄이 사퇴하는 바람에 KBL은 ‘사공 없는 배’ 신세. 한창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농구인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구단과 코치가 모두 중징계를 당한 SBS를 두고는 ‘팀을 해체할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도는 형편.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심판 판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본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22일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집행부의 전격사퇴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의견이 많았고 심판들에 대해선 불신의 목소리가 높았다. 설문조사는 4개 문항으로 실시됐다.

● SBS 경기포기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10명 중 9명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프로구단으로서 팬들을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 경기 포기 전 한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대답한 1명은 SBS가 아닌 다른 팀 감독. “판정 시비가 오죽 심하면 그랬겠는가. 요즘 코트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 KBL 임원진 총사퇴에 대한 견해는.

8명의 감독이 “사태를 수습한 뒤 여유를 두고 물러나야 한다”는 대답. 뒤죽박죽이 된 현 상황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물러나기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김 총재의 전격사임 발표의 직접적인 동기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해결된 뒤에는 사퇴해야한다는 의견을 덧붙여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사퇴해서는 안된다”는 감독은 2명. 이들은 “경기를 포기한 것은 구단의 책임이므로 구단이 징계를 받는 선에서 수습되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심판 판정의 문제나 구단의 경기 포기는 코트에서 일어난 일이며 집행부가 총사퇴할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대답한 감독은 1명도 없었다.

● 심판에 대한 신뢰도는.

6명의 감독이 ‘중’, 4명의 감독이 ‘하’를 선택했다. ‘상’을 선택한 감독은 없었다.

‘중’과 ‘하’를 선택한 감독 대부분은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똑같은 상황을 놓고 판정이 제각각이라는 것.

감독들은 “경기 시작 전 심판들끼리 일관성을 갖추기 위한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감독은 “시즌 개막 직전 바뀐 규정에 대해 심판과 감독간의 숙의과정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 현 사태를 초래한 가장 큰 문제는.

‘KBL의 행정력 부재’를 꼽은 감독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심판 자질 부족’과 ‘구단 과열경쟁’을 꼽은 감독도 3명씩. 결국 이번 사태는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결과라는 얘기다.

KBL과 구단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KBL과 일부 구단의 알력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는 농구인들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가 일과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유희형 KBL심판위원장 "컴퓨터로 심판 배정 유착은 있을수 없죠"▼

“상호 신뢰만이 서로가 사는 길입니다.”

SBS 몰수게임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한국농구연맹(KBL) 유희형 심판위원장(54·사진). 7월 2년 임기로 취임해 불과 5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 유 위원장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심판 교육과 공정한 경기 운영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고 보니 허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SBS는 홈 승률이 낮다 보니 유달리 심판에게 예민하게 반응했다. 어떤 경우에도 파국을 막았어야 했는데 심판과 감독관의 설득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KBL 소속 심판은 21명으로 이 중 전임 심판은 10명에 불과하며 준전임 심판 7명, 수련 심판 4명. 유 위원장은 “심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프로 원년부터 일해 온 심판과 달리 경험이 짧은 심판들은 더러 실수가 있는 게 사실이다. KBL이 독자적으로 심판을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대한농구협회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몇몇 감독들이 제기한 편파 판정 의혹에 대해 유 위원장은 “일부 팀에 대한 우호적인 판정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학연 지연을 배제하고 지난 시즌과 달리 심판 배정을 컴퓨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심판은 외롭고 빛도 안 나는 자리”라는 유 위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심판 문제 개선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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