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국가와 복지'…시장이 민주화돼야 고용부담 덜어

입력 2003-12-12 17:14수정 2009-10-1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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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복지/고세훈 지음/286쪽 1만2000원 아연출판부

1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실업률은 3.4%, 그중에도 15∼29세의 청년층 실업률은 8개월 만에 다시 8%대에 들어섰다. 이런 상황은 서울 시내의 지하도에 다시 늘어나고 있는 노숙자들과 활기 잃은 대학가 젊은이들의 침울한 표정에서 쉽게 확인된다. 이 표정들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것은 이들을 사회적으로 방치하는 한국 사회의 무책임한 복지시스템이다. 이는 곧 실업의 악순환과 인적 자원의 낭비라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저자(고려대 교수·행정학)는 “산업화 혹은 경제총량의 양적 수준이 문제라면 한국에는 이미 국가복지 발전을 위한 충분한 물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산업화가 성숙했다고 해서 복지체제가 자동으로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고 강조한다.

서구의 국가들이 현재 한국보다 훨씬 낮은 산업화 단계였던 1950년대에 지금의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국가복지체제를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 한국과 비슷한 국민소득 수준이었던 1980년대에 서구에서는 복지국가의 재편 혹은 위기 담론들이 왕성하게 거론될 정도로 복지국가의 수준이 이미 완숙한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저자는 “오늘날 서유럽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대세에 편승해 거론되는 ‘복지다원주의’, ‘복지국가 위기론’ 등의 담론들은 서유럽 국가들의 경험과 유산이 전제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런 담론은 변변한 자유주의의 유산도, 복지국가의 경험도 없는 한국적 실정과는 전혀 다른 ‘남의 나라 얘기’라고 지적하며 ‘복지한국’의 방안을 모색한다.

그는 먼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복지국가의 하향평준화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초래되는 새로운 불안으로 인해 복지국가가 오히려 확대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양면성을 지적한다. 시장에서 밀려난 자들의 사회 재편입을 위한 국가복지의 제도화(시장 외적 민주화)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이 민주화되지 않을 때 정치적 민주화는 자본의 국면적 이해 관계 또는 판단에 따라 일거에 무력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복지국가의 재편은 기업지배구조의 혁신(시장 내적 민주화)을 동반하는 공세적 재편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김대중 정부 이래로 강조돼 온 ‘생산적 복지’, 즉 고용이 최상의 복지라는 정책 방향은 “실업자 등의 (재)고용을 복지의 일차적 목적으로 삼으면서도 막상 고용의 조건 문제는 속수무책으로 방관해 왔다”고 지적한다. 고용이 최상의 복지인 것은 그 고용이 저임이나 불안정 고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어두운 고용’이 아닐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명실상부한 복지체제는 결국 기업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가복지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가는 전통적 국가복지의 기능을 충실히 함으로써 불가피한 시장탈락자들의 복지를 떠안는 제도적 장치가 상호 보완될 때 이뤄질 수 있다. 이는 바로 명실상부한 복지체제가 시장과 국가의 상호 보완을 통해서만 이룩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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