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북자 가족의 한 맺힌 절규

동아일보 입력 2003-12-07 18:46수정 2009-10-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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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이 지난주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3박4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대부분 60세가 넘은 노인들이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딱하고 안타깝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휴전 이후 납북자는 총 3790명, 이 중 487명이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광의의 이산가족’ 범주에 포함시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북한에 대해 이들의 송환을 정식 요구하지 못했다. 북한에 납치된 자국민 송환을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일본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을 끈질기게 요구해 일부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그동안 납북자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이것만이 아니다. 남북대결이 치열했던 시절 이들은 수시로 국가기관의 내사를 받았고, 사회적 편견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받아야 했다. 이 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연좌제는 폐지됐지만 그 그림자는 지금도 짙게 남아 있다”고 호소한다. 오죽했으면 농성장에 나온 75세 할머니가 “자식들이 취직도 못했을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절규했겠는가.

그런 점에서 납북자 송환을 위한 정부의 가시적인 노력과 납북자 가족 피해 보상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납북자 가족의 눈물을 닦아 주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해에도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지만 정부로부터 책임 있는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가 남북 화해협력을 추구한다면 먼저 이들의 아픔부터 달래 주는 게 순서다.

납북자 가족을 냉대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분위기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분단의 희생자’인 이들을 여전히 남북대결 시절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차별하지 않을 때 통일의 정서적 기반도 더 튼튼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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