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한국인 피살]현지 한국기업인 안전 무방비

입력 2003-12-01 18:52수정 2009-09-2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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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에 대한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위험지역 교민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은 ‘사업상 비밀’을 내세워 진출 사실을 거의 알리지 않는다. 최근 이라크를 다녀온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중고차 및 중고 가전제품 업자, 위성전화 수출업자, 석유난로 회사, 전기기술자 등도 이라크에 많이 입국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체로 정보전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 직원이다.

▽40여명 대 수백명=주(駐)이라크 한국대사관과 KOTRA 등은 대우인터내셔널 현대건설 서브넥스 히트코리아 등 7개 업체 임직원 40여명이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를 당한 오무전기처럼 대사관과 KOTRA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라크에 진출해 있는 기업인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산업계에 따르면 적어도 4, 5개 기업에서 파견한 직원이 수백 명에 이른다.

최근 이라크 파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산업자원부 박순기 서기관은 “미-이라크 전쟁 이후 국내 여러 업체가 하도급을 받아 현지에 머물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맡고 있는 건설, 전력기기 설치 등은 인력은 많이 필요하지만 공사기간은 2∼3개월 정도로 짧아 진출기업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대사관에 신고하지 않고 이라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현황파악이 안되나=이라크에 진출한 기업은 대사관이나 KOTRA 등에 입국 신고할 의무가 없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은 대개 입국을 비밀에 부친다. 대사관은 이라크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공관에 연락하라고 권고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진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전후(戰後) 복구사업에 대한 수주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

최근 들어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 중심으로 이라크 진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현황 파악이 안 되는 한 요인이다. 이들은 쿠웨이트 요르단 등까지 비행기로 간 뒤 현지공항에서 비자를 받아(공항비자) 육로로 이라크에 들어간다. 공항비자는 우리 대사관은 물론 요르단이나 이라크 정부조차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현재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 경제계 관계자는 본보와의 국제전화에서 익명을 전제로 “대사관과 KOTRA에 알리지 않고 이라크를 방문하는 기업인이 많다”며 “호텔에 가 보면 한국 사람이 다녀갔다는 말을 자주 들으며 가끔씩 한국 사람과 마주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기업의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늑장 대응=이라크에 진출한 기업 임직원들은 테러 위험지역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현재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는 한 중소기업인은 “일부 한국인이 미군에 신변보호를 의탁하고 있어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응이 안이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국내 기업 임원은 “이라크 저항세력들이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경고한 뒤 실제로 민간인 테러가 일어났는데도 정부는 ‘이라크 여행 자제’나 ‘바그다드를 개별적으로 떠나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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