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폭파 의혹' 책출간 김현희 법정간다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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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발생한 ‘KAL기 폭파사건’에 대한 조작 의혹을 제기한 소설이 최근 출간되자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조사관 5명이 책의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16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사건 기록이 공개될지 주목된다.

당시 조사관 5명은 22일 소설 ‘배후’의 저자 서현우씨(41)와 창해출판사를 상대로 서울지법에 각각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한편 서울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책은 KAL기 폭파범 김현희씨(사진)가 87년 대통령선거 하루 전날 서울로 압송된 점 등을 근거로 “KAL기 폭파사건에 대한 안기부 수사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실화소설.

원고들은 소장에서 “김현희씨의 소지품과 현장탐문 등을 통해 그가 북한 공작원임을 확인했으며 현재도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할 관련자 진술과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사고 희생자 유족들은 ‘KAL기 폭파사건’ 수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 및 사건기록의 공개를 요구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4월 “안보 및 외교관계 등 국익과 공공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고 특정인을 식별할 정보가 담겨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에 사건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며 지금까지 기록 공개의 적절성 여부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을 계기로 사건기록 공개에 소극적이던 국정원과 검찰이 심리에 필요한 기록을 제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김현희씨가 앞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 증언을 할지도 관심사다.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뒤 사면된 김씨는 97년 12월 결혼 후 대외활동을 중단했다.

‘KAL기 폭파사건’은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향하던 KAL 858기가 인도 동쪽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갑자기 사라진 뒤 사건 발생 15일 만에 미얀마 양곤 동남쪽 해안에서 일부 잔해가 발견된 사건.

그동안 유가족 등은 김씨 자필 진술서에 북한에서 쓰지 않는 용어가 발견되고 체포 직전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 공범 김승일씨의 갈비뼈 5대가 일렬로 부러진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에 대한 조작 의혹을 제기해 왔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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