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부부 “한국사람 따뜻한 정에 아들 살았어요”

입력 2003-11-21 19:09수정 2009-09-2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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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 차병원 중환자실에서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간호하고 있는 베트남인 엔티트앤씨. -사진제공 분당 차병원
“정말 고맙습니다.”

불법체류자 단속이 한창인 가운데 출국을 앞둔 불법체류 외국인 부부가 여러 한국인의 도움으로 아들의 목숨을 구하고 일정 기간 국내에 머물 수 있게 됐다.

20일 오후 7시반경 경기 분당경찰서에 외국인 부부가 찾아왔다. 근심이 가득한 이들 부부는 베트남 국적의 웬지션(25), 엔티트앤(23·여).

1997년 입국한 웬지션씨는 강제출국 대상자이고 부인 엔티트앤씨는 입국 3년8개월째로 일단 출국했다가 재입국을 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17일 베트남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이들에게 갑작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생후 2개월 된 아들이 출국 하루 전날인 16일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혼수상태에 빠진 것.

이들은 6개월 정도 일했던 경기 광주시 태전동의 가구공장 사장 임운길씨(45)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200만원과 임씨가 보태준 50만원으로 아들을 분당 차병원에 입원시켰다.

아들의 병명은 ‘급성 파종성 뇌촉수염’. 뇌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막이 없어져버리는 희귀 질환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이들 부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분당경찰서를 찾았다. 당시 당직을 서던 박용순 경사는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법무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법무부 역시 원칙만 고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들 부부가 내년 2월 14일까지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하루 100만원 꼴인 치료비는 이들 부부에게 여전히 걱정거리다. 차병원은 특진비 등을 면제해 주고 사내기금을 통해 일부 병원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담당의사인 채규영(蔡奎榮)씨는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상태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희귀병이라 치료비가 워낙 많이 들어 여러 사회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031-780-5137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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