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具회장 경영권 걸고 수습" 압박

입력 2003-11-21 06:47수정 2009-10-0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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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具本茂) LG회장이 LG카드를 살리기 위해 경영권까지 담보로 내놓았다. 이는 자금사정이 그만큼 급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우선 2조원의 긴급자금을 수혈받게 되면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으나 내년 3월까지 회사를 살려내라는 조건이 수월치 않아 보인다. 채권단은 내년 3월까지 LG카드의 경영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침체와 LG카드 부실 규모에 비춰볼 때 4개월 남짓한 기간은 넉넉한 시간이 아니라는 게 금융계의 견해다.

내년 3월까지 LG카드를 정상화시키지 못하면 LG그룹의 경영권이 위협당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때까지 회사가 살아나지 않으면 구 회장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 경영권 어떻게 되나=채권단은 LG카드에 2조원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구 회장이 갖고 있는 ㈜LG 주식(지분 5.46%)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구 회장 ㈜LG 지분의 20일 현재 시가총액은 1245억원. 2조원에는 훨씬 못 미치는 담보가치이지만 구 회장과 LG그룹이 LG카드 경영정상화에 확실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LG관계자는 “구 회장이 지주회사 지분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모든 것을 내놓은 것”이라며 “그만큼 카드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는 LG그룹의 지주회사로 LG전자·화학·생명과학·생활건강 등 33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만약 LG카드가 경영정상화에 실패하면 구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알고 있기 때문에 LG는 “구 회장의 ㈜LG 주식 일부를 담보로 내놓되, 2조원 자금지원용이 아니라 1조원 자본 확충(올해 3000억원, 내년 초 7000억원)용으로 하겠다”고 막판까지 버텼다. 그러나 채권단 자세가 워낙 강경해 결국 수용했다.

물론 LG카드를 부도내는 방법으로 LG그룹을 지키고 구 회장의 ㈜LG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구 회장을 비롯한 ㈜LG 대주주와 LG 계열사들이 LG카드가 발행한 회사채에 대해 보증을 섰거나 담보를 제공한 사실이 없어 이 같은 해법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룹 신뢰도 추락에 따른 충격이 커 LG는 이 방법을 선택하지 못했다. LG카드가 발행한 각종 채권에 투자한 일반투자자들이 워낙 많아 이들의 불만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시련 겹치는 LG=LG카드는 연말까지 1조6000억원을 상환해야 하고 내년 1·4분기(1∼3월)에도 상당한 금액의 만기가 돌아온다. 하지만 이번에 2조원을 지원받는 데다 두 차례에 걸쳐 1조원을 유상증자하게 되면 위기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게 LG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긴급수혈에도 불구하고 LG카드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내년 중반 이후에 다시 어려움이 불거질 수 있다.

더구나 대선자금 문제가 걸려 있다. LG는 ‘불법적인 대선자금을 제공한 일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검찰은 아무런 단서 없이 LG그룹 회장을 출국금지시키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 불법적인 대선자금 제공은 없었더라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나면 LG가 어렵게 쌓아왔던 ‘정도경영’ 이미지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나로통신 인수 실패, LG카드 부실, LG홈쇼핑 압수수색, 비자금 의혹과 총수 출국금지 등이 이어지면서 LG그룹이 극복해야 할 시련은 점점 커지고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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