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前총장 “한나라 중진 여러명이 SK에 돈 요청”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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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사진) 전 사무총장은 16일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당의 중진 의원 여러 명이 SK에 대선자금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은 이날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중앙당 후원회(10월 29일) 개최 직전 만난 김창근(金昌根)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후원금을 요청하는 의원들이 많은데 공식 창구가 누구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당시 최돈웅(崔燉雄) 의원을 포함해 당의 중진 의원 여러 명이 비슷한 시기에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 등 경영진과 주요 관계자들에게 대선자금을 요청하자 김 본부장이 당의 정확한 자금 전달 창구를 확인하기 위해 만나자는 제의를 했다는 게 김 전 총장의 설명이다.

김 전 총장은 “당시 김 본부장에게 최 의원이 당 재정위원장이고 나오연(羅午淵) 의원이 후원회장이라는 사실을 알려줬지만 ‘최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장은 “나는 그 전까지 김 본부장과 일면식도 없었으며 SK측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당시 이재현(李載賢) 당 재정국장에게서 “SK로부터 몇 차례에 걸쳐 100억원이 들어왔는데 최 의원은 그 돈과 관련해 ‘영수증 발급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김 전 총장은 주장했다.

김 전 총장은 “이 전 국장도 검찰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으며 검찰이 나에게 관련 진술서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총장은 이 전 국장에게 SK자금 100억원 유입 관련 자료를 폐기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시인했다.

김 전 총장은 “올 1, 2월경 당의 자금 관련 장부를 정리한 뒤 비공식 자금 관련 자료는 보관하고 있을 경우 부담만 되고 아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김 본부장과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김 본부장이 전화를 걸어와 서울 여의도 63빌딩 아니면 그 근처 커피숍이나 사무실에서 3, 4분가량 만났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나 의원이 중앙당 후원회 모금 내용을 검찰에 제출한다는데….

“후원회는 당 외부 조직이다. 후원회에서 당에 기부한 자금을 내가 집행했지만 그 출처나 모금 경위는 전혀 알지 못한다.”

―검찰의 재소환 요청에 응할 것인가.

“검찰이 현재 여러 기업의 대선자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나는 당시 사무총장으로서 대선자금 집행을 책임졌다. 필요하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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