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교육 원인은…” 학부모-교사 뚜렷한 시각差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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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서 한 사설 입시학원이 개최한 2004학년도 대학입시전략 설명회에 무려 7000여명이 몰렸다. 설명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창문 너머로 설명을 귀동냥해야 했다. -강병기기자
14일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서 한 사설 입시학원이 개최한 2004학년도 대학입시전략 설명회에 무려 7000여명이 몰렸다. 설명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창문 너머로 설명을 귀동냥해야 했다. -강병기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초청으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내 교육 현실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간의 심각한 인식차가 여실히 드러나 관심을 끌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 확산의 원인에 대해 ‘무사안일에 빠진 교사’에게 그 책임을 돌렸지만 교사들은 학교를 불신하는 학부모와 유능한 교사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는 교육부가 12월 말 발표할 예정인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교육의 공급자와 수요자인 일선 학교 교장과 교사, 학부모, 교원단체 관계자 등 14명을 초청해 마련한 자리. 이 자리에는 학부모 대표 3명, 교사 및 교장 6명, 교육단체 대표 5명이 참석했다.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가 “오늘은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인 만큼 듣기만 할 테니 기탄없이 말해 달라”고 주문하자 참석자들의 거침없는 발언이 쏟아졌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전은혜 상임대표는 “교사는 한번 임용되면 평생직이라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교사평가제를 도입해 열심히 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못한 교사에게는 자극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 경복고 이원희 교사는 “사교육 문제의 절반은 학교를 믿지 못하는 학부모의 책임”이라며 “학교에도 얼마든지 유능한 교사가 있는 만큼 교사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교사는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부풀려지면서 ‘차라리 학원에 가서 돈이라도 벌자’는 교사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왜 유능한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도록 방치하느냐”고 따졌다.

동대문중 최동환 교장은 “학부모들이 울분을 토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교사들을 도와야 한다”며 “유능한 현장 교사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제공할 수 있는 대책을 교육부가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한국교원노동조합 이원한 정책교섭실장은 “고교 3학년 학부모에게 ‘왜 학원에 가서 상담하느냐’고 물었더니 ‘학교는 담장이 너무 높다’고 하더라”면서 “교사들도 사교육 문제가 내 탓일 수도 있다는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수목적고 입시 열풍도 뜨거운 주제였다.

잠신고 오수량 교장은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면 좋은 대학에 진학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많지만 특목고에 가야만 서울대에 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학부모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홍순희씨는 “학생들이 특목고에 몰리는 것은 우수한 학생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한 것”이라며 “일반 학교에서도 수준별 수업을 강화하면 교사들도 수업하기가 쉬워지고 학습면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교육당국은 학교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학교의 특성이나 교장의 교육 철학에 따라 학교가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고교 내신 시험을 전국 모의고사 형태로 치러 학교와 교사들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특기적성교육 거점학교를 만들어 인근 학교 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등 거침없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인식의 차도 있었지만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진솔한 대화의 마당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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