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내 아들, 요요마'…'첼로의 대가' 되다

  • 입력 2003년 11월 7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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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요요마/마리나 마·존 랄로 지음 전원경 옮김/280쪽 1만원 동아일보사

5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등장한 첼리스트 요요마는 고개를 들어 객석을 둘러보며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었다. “와!” 환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아직 연주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는 객석을 장악했다. 기립박수 속에 네 곡이나 되는 앙코르를 쏟아낸 이날 저녁의 열기는 이때 이미 예정된 건지도 몰랐다.

이 책의 집필자인 랄로는 요요마가 열 살 때부터 마(馬)가족을 지켜봐온 벗이자 이웃이며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한 교육자. 요요의 어머니인 마리나의 회상을 정리하고 자신의 시각을 더해 ‘첼리스트 요요마의 형성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중국인인 파리 유학생 음악가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요요. 어릴 때부터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인 데다가 고집도 보통이 아니었다. 누나가 이미 공부를 시작했던 바이올린 레슨을 받게 하자 “큰 악기로 할래”라며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바이올린으로는 누나를 따라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큰 악기’가 그의 일생을 결정하게 되었던 것.

그의 집안은 전형적인 동양의 엄부자모(嚴父慈母)형 가정이었다. 아버지 하오치운의 교육방식은 때로 숨 막힐 정도로 엄격했다. 그는 직접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요요에게 하루 두 소절씩 가르쳤다. ‘더 큰 선생이 있어야 하겠군’ 싶어 만난 첼로 교사 미셸 르팽트는 “어린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곡을 가르쳤다”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연주를 듣고는 하오치운의 방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엄격하게 그를 지도했다면 어머니는 자애로운 격려로 그의 의욕을 돋우었다. 파블로 카잘스의 연습실을 방문한 뒤 마리나는 아들에게 울퉁불퉁했던 그 방 마룻바닥의 모습을 상기시켜주곤 했다. 핀(첼로를 바닥에 고정시키기 위한 받침)자국이었다. “보지 않았니, 간단하게 여겨지는 음 하나하나도 연주가의 고통스러운 노력의 산물이란다.”

그러나 천생 개구쟁이였던 요요는 연습하고 노느라 항상 시간이 모자랐다. 오늘날의 대가도 사춘기의 방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리허설을 빼먹고 첼로를 야외에 버려둔 채 놀러 다니기도 했다. 하루는 어린이 오케스트라의 최종 리허설에 나오지 않았다. 술을 잔뜩 마시고 병원에 실려가 위세척을 했다는 소식은 ‘엄격 단정’한 부모에게 청천벽력이었다. 꾸짖음 대신 ‘내가 술 마시는 모습을 앞으로 보이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첼로 신동을 바로잡았다.

저자는 이제 어른이 된 요요가 ‘청중을 녹일 만큼 따스한 미소’로 객석을 장악하는 능력의 원천에 대해서도 언급을 빼놓지 않는다. 그것은 천부적인 유머감각과 관대함, 따스함에서 나오는 것이며, 객석과 함께 숨쉬려는 끊임없는 욕구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1995년 요요마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던 역자가 직접 만나본 그의 개인적 면모, 연주특징, 추천음반을 책 말미에 담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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