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이번엔 제대로 만들자]<4>교통대책

  • 입력 2003년 11월 6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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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자유로. 기차나 전철, 버스를 이용하기에 불편한 많은 지역 주민들이 승용차를 몰고 출근길에 나서 극심한 정체를 빚곤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자유로. 기차나 전철, 버스를 이용하기에 불편한 많은 지역 주민들이 승용차를 몰고 출근길에 나서 극심한 정체를 빚곤 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사는 회사원 김상훈씨(41)는 서울 명동의 직장으로 출근할 때 자가용을 이용한다. 지하철 일산선은 1시간반이나 걸리고 광화문까지 가는 버스가 있지만 서서 가야하는 데다 또다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자가용으로 가더라도 오전 8시반인 출근시간에 도착하려면 오전 7시쯤 집을 나서야 한다. 일산을 벗어나자마자 수색로와 자유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구책으로 오전 6시반 이전에 집을 나서 7시20분쯤 도착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신 아침잠을 희생해야 한다. 그는 단잠을 즐기다 쾌적하고 빠른 전철로 시간을 딱 맞춰 출근하는 게 소망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사는 회사원 정기준씨(34)는 전철 분당선 대신 버스로 광화문까지 출퇴근한다. 한달에 한두 번 좌석에 앉을 정도로 불편하지만 버스는 1시간 걸리는 데 비해 전철은 1시간40분이나 걸리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버스를 택하고 있다.

서울에 직장을 둔 신도시 주민들은 출퇴근 때마다 고통스럽다. 전철이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버스를 이용하자니 불편하다. 그렇다고 승용차를 몰자니 돈도 많이 들고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에 시달려야 한다.

▽해결의 열쇠는 철도에 있다=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薛載勳)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건설될 신도시 교통대책은 철도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든 그렇지 않든, 서울 및 주변도시와 연결되는 철도망이 갖추어져야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되면 건설될수록 자동차 통행수요를 유발하는 도로와 달리 철도는 수요가 늘어도 교통 혼잡이 없고 보수와 유지 면에서 도로보다 훨씬 저렴하다.

철도망 위주로 교통계획을 짜게 되면 서울의 교통시스템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교통개발연구원 서광석(徐廣錫) 연구위원은 “서울역 외에 영등포나 청량리 등 부도심에 거점역을 마련해 신도시 주민들이 이곳을 통해 서울시내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브역을 만들자=철도망을 만들더라도 정차역이 많으면 자동차보다 오히려 못한 것이 철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철도를 연결하되 정차역을 줄이고 신도시에는 중앙역 1개만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

국토연구원 조남건(趙南建) 연구위원은 “앞으로 건설되는 신도시에는 허브개념의 중앙역을 설치하고 기존 신도시는 철도 운행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 신설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기존 노선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브역은 지하 1층에 전철, 1층 철도, 2층 버스터미널, 3층 이상에는 쇼핑몰이나 스포츠센터 등을 갖춰 역을 통해 어디로든 쉽게 갈 수 있도록 건설한 것이다.

신도시 전역 및 주변지역과 허브역을 잇는 수단으로는 경전철, 시내버스, 자전거 등이 적합하다. 이렇게 하면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면서 효율적인 수송이 가능하다. 승용차 이용이 줄면 자연스럽게 쾌적한 대기환경이 조성된다.

▽자전거 도로가 필요하다=일산신도시에 만들어진 연장 75.5km의 자전거도로는 주민들의 자랑거리.

소득이 높아지고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자전거 이용 인구는 더욱 늘어난다. 도시 내부뿐 아니라 외곽으로 향하는 자전거도로망도 확충해야 한다.

최근 분당신도시에서 탄천을 따라 서울까지 연결되는 자전거도로가 건설된 것은 좋은 사례.

이처럼 도시와 도시, 도시와 농촌을 잇는 자전거도로가 조성된다면 공해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유롭고 쾌적하게 ‘선진국형 레저’를 즐기는 두 가지 효과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선진국 사례▼

선진국에서는 중심도시와 외곽도시를 연결하는 주 교통수단이 철도다. 철도를 중심으로 해 이용의 편리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의 수도권고속철도망(RER)은 한국의 광역철도와 유사하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철도지만 정차역을 적게 두고 운행 속도를 높여 이동시간을 짧게 했다는 게 특징. 드골공항, 베르사유, 크레테유 등 파리 외곽에서 파리 중심부까지 몇 군데 주요역에만 정차한다.

영국 런던에는 남·북부 등 거점별로 중앙역이 있어 인접 도시에서 기차로 이 역에 도착하면 전철 등을 이용해 런던 시내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킹스크로스역은 런던 북쪽을 오가는 열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곳. 이 역에는 런던 시내 주요 지점으로 향하는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모여 있다. 런던 남부의 워털루역도 마찬가지. 그래서 영국에서는 어떤 역에 도착하는지만 들으면 출발지가 어디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서울에도 신도시를 잇는 철도와 지하철이 있지만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산∼서울을 연결하는 지하철 3호선의 경우 출근시간에도 전동차는 텅 비어 있다. 이곳저곳을 우회하고 역마다 정차해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

일본 도쿄(東京)의 중앙역은 전철로 갈아탈 때도 내린 자리에서 바로 노선을 바꾸어 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외곽의 인접 신도시에서 타더라도 중앙역에만 도착하면 쉽게 도쿄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환승을 위해 최소한 5분 이상을 걸어야 하는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홍콩도 도심 외곽에 주거단지를 조성하면서 도심과 연결되는 교통수단으로 도로가 아닌 경전철을 택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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