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책,사람이 읽어야…' 고전을 왜 읽어야 하나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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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크리스티야네 취른트는 '읽어야 할 고전 목록을 제시하는 일은 책을 통해 지식의 바다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향해용 나침반을 주는 일' 이라고 말한다

저자 크리스티야네 취른트는 '읽어야 할 고전 목록을 제시하는 일은 책을 통해 지식의 바다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향해용 나침반을 주는 일' 이라고 말한다

◇책,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크리스티아네 취론트 지음 조우호 옮김/519쪽 2만5000원 들녘

도대체 고전읽기는 왜 필요한 걸까.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교양’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에 따르면 그 이유는 “고전이 21세기 현재의 여러 가지 문제를 구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햄릿’은 ‘대형 범죄의 후유증은 어떤 것인가. 인간은 과거를 떨쳐버릴 수 있는가’를 현대에도 전혀 낡지 않은 방식으로 묻는다.

고전은 인류라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문화적 기억이다. 이 책은 특히 셰익스피어 해석에 탁월한 독일인 여성문학자가 그 문화적 기억을 21세기에는 어떻게 되살려야할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세계, 사랑, 정치, 성, 경제, 여성, 문명, 정신, 셰익스피어, 현대, 통속소설, 컬트문학, 사이버세계, 학교 고전, 아동도서라는 분류의 틀을 정하고 이에 따라 성경부터 ‘해리포터’까지 100여권의 책을 자신의 방식으로 배치했다.

성서와 오디세이아, 신곡, 파우스트, 돈키호테, 일련의 셰익스피어 작품들까지만 보자면 규범적인 고전목록을 그대로 재탕한 것 같다. 그러나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과 ‘아주 작은 차이’(알리스 슈바르처)가 들어있는 여성항목, ‘솔라리스’(스타니슬라프 렘) ‘뉴로맨서’(윌리엄 깁슨)가 포함된 사이버세계 항목, ‘길 위에서’(잭 케루악) ‘X세대’(더글러스 커플런드)를 추천한 컬트문학 항목 등의 분류를 보면 “나는 사랑하고 아이를 키우고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는 우리들 일상의 구조를 이 책에 담았다”는 저자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책 339쪽 ‘댈러웨이 부인’편을 펴서 저자가 어떻게 길잡이 노릇을 하는지 살펴보자. 저자는 ‘율리시스’의 복잡함에 질려 버렸거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가 잠이 들어버린 사람에게는 버지니아 울프가 적절한 메뉴라고 권하며 먼저 작가의 트릭에 휘말리지 않는 법을 제시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댈러웨이 부인이 런던에서 산책하는 일을 그의 내면의식에서 사고과정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움직임은 머리의 내면에서 일어난다.”

왜 200쪽 남짓의 ‘댈러웨이 부인’이 현대문학의 중요한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다 담고 있다고 추천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거의 모든 현대 예술가들처럼 단편화된 세계에서 단일성을 창조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가능성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장 개인적인 지각을 통해 세계를 항상 새롭게 구축하는 길만이 그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귀띔이 아니라면 런던거리를 걷는 댈러웨이 부인과의 동행은 자칫 지루하거나 혹은 미궁을 헤매는 것 같은 당혹스러움일 수 있다.

독서수준이 녹록지 않은 중고교생, 대학 신입생 모두에게 권할 만하다.

만약 저자의 해설이 너무나 ‘독일 교양적’이어서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가 낸 ‘고전, 끝나지 않는 울림’(강)이나 일본의 남녀 문학가가 연애편지 쓰듯 감각적으로 고전 독후감을 주고받은 ‘필담’(현대문학)도 같은 길잡이용 도서로 권할 만하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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