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골프의 윤리를 만든다… PING 피닉스 본사 견학기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02분


코멘트
한 숙련공이 핑(PING) 골프 아이언 생산라인에서 내달 전세계에 출시되는 신제품 아이언 ‘G2' 헤드에 스틸샤프트를 장착하고 있다. 피닉스=안영식기자
한 숙련공이 핑(PING) 골프 아이언 생산라인에서 내달 전세계에 출시되는 신제품 아이언 ‘G2' 헤드에 스틸샤프트를 장착하고 있다. 피닉스=안영식기자
“생산 공장을 임금이 싼 해외로 이전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되면 핑이 원하는 기술수준과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

세계적인 골프클럽 메이커인 핑(PING)의 존 솔하임 회장(57). 그의 말에는 ‘투철한 장인정신’이 담겨있었다.

지난 19일 방문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핑 본사와 생산 공장. 올 가을 시즌을 겨냥한 신제품 아이언(S59, G2)과 우드(Si3 380,G2), 퍼터(G2i)의 생산라인이 24시간 풀가동되고 있었다.

원철을 용광로에 녹여 만든 헤드에 샤프트와 그립을 끼워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모든 제조 공정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공장 안내자는 위조품이 아닌 정품이라면 핑 골프클럽은 모두 ‘메이드 인 U.S.A.’라고 강조했다. 다른 유명 메이커들이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등 제3세계로 생산시설을 옮겨가는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핑의 창업주인 카르스텐 솔하임(2000년 88세로 작고)이 차고에서 취미로 퍼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58년. 노르웨이에서 미국으로 이민간 카르스텐은 당시 제너럴 일렉트릭(GE) 엔지니어로 일했는데 1966년 ‘퍼터의 대명사’가 된 핑 앤서(PING Anser)를 만들어 본격적인 골프클럽 제작에 뛰어들었다.

회사 이름을 PING으로 정한 게 퍼팅 임팩트 순간 ‘핑’소리가 나는데서 연유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첫 작품 퍼터 이름이 ‘앤서’가 된 연유도 재미있다.

공장 안내자는 “카르스텐이 제품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까 고민하며 아내에게 ‘답(Answer)이 없다’고 털어놓자 아내 루이스가 ‘그러면 앤서(Anser)로 하세요’라고 하는 바람에 결정됐다”고.

왜 핑은 반발계수 0.830(미국과 영국골프협회가 허용한 드라이버 반발계수 최대치)을 초과하는 드라이버를 만들지 않을까.

이 궁금증에 존 솔하임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핑은 그것 말고도 골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마음과 열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골프클럽 제조업체들이 생기고 스러져갔지만 대(代)를 이은 가족기업 ‘핑’이 30여년 넘게 유지되어온 비결은 이것이 아닐까.

피닉스=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